[환자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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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씨가 1형 당뇨병 환자의 생활 속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병이 생기는 순간, ‘환자’라는 한 단어에 삶이 가려진다. 그러나 질병 너머로도 삶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헬스조선이 환자라는 틀 너머 한 사람의 온전한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주]

“아침에 일어나 수업에 가고 시험을 보고 친구들과 밥을 먹는 여느 대학생과 같은 하루를 보낸다. 혈당 변화에 따라 인슐린 주입이 필요하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생후 1개월 때 1형 당뇨병을 진단받고 19년째 관리 중인 김선우(20·전북 익산)씨는 지난해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관리해온 만큼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투여하는 일은 그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순간, 사용하던 의료기기 구입비 본인부담률이 10%에서 30%로 높아지면서 부담이 커졌다. 그를 직접 만나 국내 1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 환경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인터뷰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태어난 지 한 달 뒤쯤 1형 당뇨병을 진단 받았고 약 19년 째 투병 중이다. 어릴 때부터 치료를 받아 청소년 당뇨병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중등교육법, 고교학점제, 성인 이후 요양비 지원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1형, 2형 당뇨병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 관리를 못해서 생긴 병’이라고 오해하고 있어 환자들이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적 공백이 1형 당뇨병 환자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내게 됐다. 1형 당뇨병 환우회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하며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환우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투병 기간이 긴 편이다 보니 동생(후배) 환우들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이 많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학창시절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연속혈당측정기(CGM)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인슐린 펌프는 5학년 때부터 사용했다. 학교에서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착용하려 노력했고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돼 스마트워치로 혈당을 확인했다. 학년이 바뀌거나 학교를 옮길 때마다 보건교사와 담임교사에게 질환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학생인권조례안이 시행된 때라 비교적 수용적인 분위기였지만, 최근 교육법 개정으로 교내 전자기기 사용 제한이 강화될 예정이라 동생 환우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


혈당 관리에 필수적인 기기 사용이 교사나 학교의 재량에 맡겨질 상황에 놓였다. 아직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전자기기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시험 응시를 위해서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지역마다 허용 기준이 달라 결국 감독관 재량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외래 진료가 모두 질병 결석으로 처리되는 문제도 있다.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정기 진료는 치료의 일부인데 고교학점제에서는 질병 결석이 학업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성인이 되면서 달라진 점은?
“스무 살이 되면서 당뇨병 관리 의료기기에 대한 비용 부담을 가장 크게 느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9세 미만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기기 구입비용의 90%를 지원하지만 성인은 70%만 지원한다. 특히 인슐린 펌프는 5년에 한 번만 교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성인이 되기 전에 미리 교체하는 환자들도 많다. 청소년일 때는 본인 부담금이 25만원이었지만 성인이 되면 131만원으로 증가해 고등학교 졸업 전에 기기를 교체한 바 있다. 주변 환자들을 보면 1형 당뇨병 발병 시기는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성인, 중장년층까지 매우 다양하다. 같은 질환이 있는 환자를 나이를 기준으로 분류해 지원하는 현 제도는 분명한 맹점이 존재한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의료기기 사용을 포기해 건강이 악화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나는 지금 농대생으로 재학 중이다. 방학 기간을 활용해 전북대병원에서 연 2회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며 혈당을 꾸준히 관리해 합병증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 중이다. 덕분에 학교생활을 비롯한 일상 전반에 큰 제약 없이 다른 일반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게 지내고 있다. 1형 당뇨병은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기능이 멈춰 외부에서 인슐린을 공급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질환이지만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일반인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 수 있다. 그럼에도 ‘당뇨병’이라는 병명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로 오해와 편견이 반복되고 있다. 1형 당뇨병을 ‘췌도부전 당뇨병’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사회적 지원이 갖춰진다면 환자들은 충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1형 당뇨병이란?
신체 면역체계의 자가면역반응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을 거의 혹은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인슐린 분비 기능은 일부 남아있으나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발생하는 2형 당뇨병과 구분되며 국내 약 5만2000명의 환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