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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에 쉽게 분해되지 않고 오래 남는 환경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에 노출될수록, 청소년의 간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불화화합물(PFAS)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간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불화화합물은 체내에 쉽게 분해되지 않고 오래 남는 환경 유해물질로, 과거 일부 프라이팬 코팅, 의류, 식품 포장재, 소방용 거품 등에 널리 사용돼 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리다 차치 교수팀은 PFAS 노출과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MASLD) 발생 위험 간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 다른 연령대의 두 개 독립 코호트 자료를 분석했다.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은 과도한 음주와 무관하게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비만·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다. 진행되면 피로감이나 오른쪽 윗배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화로 악화할 수 있다.


연구 대상은 8~13세 청소년 162명을 6년간 추적 관찰한 ‘SOLAR 연구’ 참여자와, 17~23세 청년 122명을 포함한 ‘Meta-AIR 연구’ 참여자였다. 연구팀은 혈액에서 PFAS 8종의 농도를 측정하고,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간에 축적된 지방의 비율을 평가했다. MASLD는 간 지방 비율이 5.5%를 초과하면서, 체질량지수(BMI), 공복 혈당, 혈압, 중성지방, 고밀도지단백(HDL) 등 심혈관·대사 관련 위험 요인 중 하나 이상이 동반된 경우로 정의했다. 또한 PFAS 노출 효과가 연령, 생활습관(흡연·음주·신체활동·수면 시간), 간 지방 축적과 관련된 PNPLA3 유전자형에 따라 달라지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청소년 그룹에서는 혈액 속 과불화옥탄산(PFOA) 농도가 두 배 증가할 때 MASLD 발생 위험이 약 2.7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불화옥탄산은 PFAS에 속하는 대표적인 화학물질로, 체내에 들어오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오래 남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연관성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더 강해졌으며, 특히 간에 지방이 잘 쌓이는 PNPLA3 위험 유전자를 가진 청소년에서 위험이 더 컸다. 

반면 청년층 전체에서는 PFAS와 MASLD 간의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흡연자에 한해서는 과불화데칸산(PFDA)·과불화헵탄설폰산(PFHpS)·과불화노난산(PFNA) 농도가 높을수록 MASLD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청소년기 PFAS 노출이 이후 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연령, 유전적 요인,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이 PFAS에 대한 개인의 취약성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 대상자 수가 제한적이고, 관찰 연구라는 특성상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며 “향후 더 큰 규모의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PFAS 가운데 일부 물질이 단계적으로 규제돼 왔다. 대표적인 PFAS인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은 2009년 스톡홀름협약에 따라 지속성유기오염물질로 지정된 이후 국내에서도 사용이 제한됐다. 과불화옥탄산(PFOA) 역시 2019년을 전후해 환경·유해화학물질 관리 대상에 포함되며 규제가 강화됐다. 다만 PFAS 전체가 일괄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며, 현재도 일부 PFAS는 대체 물질 형태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물질별 관리와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