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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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채혈은 큰 문제 없이 끝나지만, 드물게 통증이 오래가거나 신경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강검진이나 헌혈을 할 때 채혈은 매우 흔한 의료 행위다. 대부분 큰 문제 없이 끝나지만, 드물게 채혈 이후 통증이 오래가거나 신경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건강검진 채혈 이후 신경병증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남성의 의료분쟁 사건을 정리했다.

◇사건 개요
2018년 11월, 40대 남성 A씨는 B병원이 시행한 출장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팔로 채혈을 받았다. 이후 채혈 부위의 통증이 계속돼 C병원을 찾았고,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 결과 윤활막염과 힘줄윤활막염 진단을 받았다. 윤활막염은 관절을 감싸는 막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외상이나 반복적인 자극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힘줄윤활막염은 힘줄을 싸고 있는 보호막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A씨는 물리치료와 신경 자극치료, 진통소염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증상이 6개월가량 지속되자 다시 B병원을 찾았고, 건염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근전도검사와 신경전도검사를 통해 오른쪽 외측전완신경병증(팔 바깥쪽 전완부 신경 손상) 의심 소견이 나왔다. A씨는 2020년 말까지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고, 다른 병원에서도 1년 이상 치료를 이어갔다. 결국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자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환자 "채혈 과정에서 신경 손상" vs 병원 "지속적인 팔 사용 영향"
A씨는 "의료진의 미숙한 채혈로 주삿바늘이 깊게 들어갔다"며 이로 인해 통증과 함께 신경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병원 측은 "통증이 지속된 이후에도 경과 관찰과 검사를 시행했고, 팔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안내했다"며 "A씨가 공장 기계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팔을 계속 사용한 점이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반박했다. 채혈만으로 수년간 증상이 지속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회는 채혈 이후 외측전완신경병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보면서도, 증상이 4년 이상 지속된 점에 주목했다. 감정위는 "채혈 과정에서 혈관 주변의 작은 신경에 일시적인 손상이 생길 수는 있으나, 지속적인 감각 신경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약 3만 명 중 1명꼴로 매우 드물다"고 판단했다. 또 이런 신경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1주에서 6개월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감정위는 채혈과 증상 발생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의료진의 부주의나 설명 의무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분쟁 장기화와 환자가 겪은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B병원이 A씨에게 65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권고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채혈 후 통증 지속되면 병원 찾아야
채혈은 혈액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의료 행위다. 빈혈, 당뇨병, 간·신장 기능 이상,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대부분의 건강검진에서 시행된다.

채혈 후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멍이나 통증이다. 이런 증상은 보통 며칠 내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채혈 직후 바늘을 뺀 부위를 충분히 눌러주면 도움이 된다. 채혈 부위를 세게 문지르거나 곧바로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이 느껴질 때는 즉시 앉거나 누워 안정을 취해야 한다.

실제로 채혈 이후 멍이나 통증 같은 가벼운 불편감을 겪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따르면, 일반적인 진단 목적의 채혈을 받은 사람 가운데 14~45%가 통증이나 멍, 압통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어지럼증이나 실신처럼 일시적인 혈관 미주신경 반응은 0.9~3.4% 수준이다. 감염이나 신경 손상처럼 심각한 합병증은 매우 드물지만, 일부 사례 보고는 존재한다.

채혈 이후 통증이 수주 이상 지속되거나 팔 저림, 감각 이상,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멍으로만 넘기지 말고 진료를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 증상이 오래 지속될수록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