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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안과 노승수 교수 / 분당차병원 제공
19세기 이전까지 녹내장은 ‘수술이 필수인 질환’으로 여겨졌다. 안압을 낮추는 게 치료의 핵심인데, 당시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치료법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19세기 후반 안압을 낮출 수 있는 안약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안전한 안약은 점차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고, 20세기 후반에 개발된 라타노프로스트 계열 약물에 이어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신약이 나오고 있다.

현재 녹내장 약물 치료 시에는 라타노프로스트 계열 안약과 혈압약에서 파생된 안약들, 최근 개발된 전방각 세포구조에 작용하는 신약 등 최대 3~4개 안약을 병용할 수 있다. ‘아세타졸아마이드’와 같은 먹는 약(안압하강제제)도 존재하나, 손발 저림이나 스티븐존슨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나 장기간 사용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은행잎추출제제 등의 보조제 또한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임상시험 결과가 부족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비타민B3의 일종인 ‘니코틴아마이드’의 녹내장 치료·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들이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진행돼 주목 받고 있다. 니코티나마이드는 오래 전부터 피부암 예방제로 알려진 보조제다. 또 다른 비타민B3의 형태인 나이아신보다 허용 용량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분당차병원 안과 노승수 교수는 “2010년대 들어 니코티나마이드의 고용량 치료가 동물에서 신경보호 효과, 특히 망막신경절세포의 신경보호 효과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했다”며 “2020년 호주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12주간 고용량 복용 시 망막신경절세포의 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이 확인돼, 현재 약 13개국에서 고용량 니코티나마이드 복용의 녹내장 환자에 대한 효과를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니코티나마이드가 정상안압녹내장에 미칠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한 연구가 진행됐다. 해당 연구는 영국안과학회지를 통해 최근 발표됐다.

노승수 교수 연구팀은 정상안압녹내장 환자에게 12주간 매일 니코티나마이드 2g을 복용하게 한 후, 시야검사와 망막전위도검사를 통해 복용 시작 전·후 망막 신경세포들의 기능을 측정·비교했다. 그 결과, 12주 뒤 내측 망막 기능을 나타내는 망막전위도 변수들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관련 간 손상 등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이 연구는 일종의 예비연구로, 시야검사에서 복용 전·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일 정도로 대상자 수가 충분하진 않았다.

노 교수는 “임상연구에서 모든 환자에서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추후 어떤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알려진 부작용 중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간독성이었는데, 하루 3g 이상 복용 시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2g 만 복용했기 때문인지 간 독성을 보인 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니코티나마이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해당 약물 개발에 성공할 경우 안압비의존성 녹내장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압비의존성 녹내장은 꾸준한 안압하강 치료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경우를 뜻한다.

노승수 교수는 “현재는 단순히 니코티나마이드 복용을 통해 시신경의 생체에너지학적 균형과 신경보호효과를 기대한다면, 앞으로는 복용한 니코티나마이드의 효율적인 분배·소모를 관장하는 관련 효소들을 강화하거나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는 보다 세밀한 치료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니코티나마이드와 같은 비교적 안전한 녹내장 보조제에 대한 검증뿐 아니라, 시신경재생효과를 목적으로 개발되는 유전자 치료제나 하이브리드 유전자 치료 전략 등이 연구되고 있고 2030년 이내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안구이식을 비롯해, 임상적으로 완전히 시력을 잃은 양안(兩眼) 실명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만한 혁신적인 치료법에 대한 통합적 연구주제도 향후 몇 년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