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의 음식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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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요즘 육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쇠고기는 언감생심이고 돼지고기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판매처와 부위별로 차이는 있지만, 삼겹살과 목살처럼 인기 많은 부위들은 100그램당 3000원대 후반에서 4000원대 초반을 오르내린다. 결국 매대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앞다리나 안심처럼 저렴한 부위로 선회하곤 한다. 삼겹살이나 목살을 먹는 느낌은 아무래도 아니지만 오르는 밥상 물가 앞에 배겨날 재간이 없는 걸 어쩌겠는가.

돼지고기마저 부담스러운 현실에서 대안은 없을까? 소, 돼지, 닭, 양고기에 이어 ‘제5의 고기’로 불리는 오리고기를 고려해볼 만 하다. 오리가슴살 두 덩이 500그램에 1만원 수준이니 돼지고기 가격과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리고기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게 1983년이니 누군가는 익숙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재료의 이해도나 먹는 방식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친숙한 듯 낯선 식재료가 바로 오리고기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가금류이기에 닭과 흡사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날지도 않는 닭은 고기의 색이 옅다. 부위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움직임이 적기에 근육속 산소 저장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의 함량이 적다. 따라서 백색육으로 분류하고 맛도 색깔만큼이나 옅은 편이다.

반면 오리는 닭보다 더 많은 힘을 쓰고 차가운 물에서 수영을 하는 덕분에 철분과 더불어 미오글로빈이 많이 함유돼 있다. 한마디로 근육의 힘이 닭보다 세기 때문에 색도 맛도 훨씬 진하다. 같은 가금류라고 하더라도 닭보다는 돼지고기와 맛과 질감이 비슷하다. 사십여 년 전 시장에 진출했을 때 가슴살을 썰어 가공해 ‘로스’라고 판촉을 했던 이유다. 이미 친숙한 돼지 삼겹살처럼 다가가려는 의도였다.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A와 무기질 등이 풍부해 체력 증진, 혈액순환 개선 등에 좋으므로 오리고기는 그렇게 먹어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더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령이 있으니 핵심은 껍질과 그 바로 아래 지방의 켜가 쥐고 있다. 두 켜 모두 닭에 비하면 두툼하므로 썰어 구우면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다. 이들을 잘 다스리면 오리고기 특히 가슴살을 몇 배는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핵심은 ‘통구이’다. 썰지 않은 통오리 가슴살을 구입해 껍질에 2센티미터 간격으로 다이아몬드 칼집을 낸다. 가볍게 칼을 놀려 껍질에만 칼집을 넣은 뒤 소금을 솔솔 뿌려 간해 냉장고에 4~6시간 둔다. 먹을 때는 기름을 두르지 않은 차가운 팬에 껍질이 밑으로 가도록 올려 중불에서 서서히 굽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껍질과 살 사이 지방의 켜가 다 녹아 나왔다 싶으면 뒤집어 반대면도 익힌다.

오리고기는 내부 온도가 섭씨 54~60도, 미디엄 레어 정도로 익혀을 때 가장 맛이 좋다. 다 구워지면 껍질면이 위로 가도록 접시에 담아 10분 정도 두었다가 그대로 도마에 올려 1센티미터 안팎의 두께로 썬다. 지방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껍질도 바삭하게 익어 미리 썰어 구운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한식 고기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양식 취급하고 싶다면 오렌지나 체리 같은 과일의 잼(혹은 마멀레이드)과 잘 어울리니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