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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40여년 만에 새로운 기전의 멀미약을 허가했다. 2018년경 허가를 앞두고 있었으나, FDA가 멀미를 급성 질환이 아닌 만성 질환으로 인식하면서 허가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기존 약과 기전 달라… 'NK-1' 수용체 차단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반다파마슈티컬스의 멀미 신약 '네레우스'를 허가했다.

멀미는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병력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린 대표적인 요인으로 기록돼 있을 만큼 새로운 기전의 약물에 대한 수요가 컸던 질환이다. 미국 기준 성인의 약 25~30%가 해상·지상·공중 등에서 이동 시 멀미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네레우스는 기존 멀미 치료제와는 다른 작용 기전을 가졌다. 기존 멀미약이 균형 기관을 담당하는 귀 안쪽(내이)에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히스타민'·'아세틸콜린'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이었다면, 네레우스는 메스꺼움과 구토를 유발하는 뇌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추신경계에 있는 '뉴로키닌-1(NK-1)'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구토를 유발하는 신경 신호 전달을 억제한다.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된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전문의약품으로 승인된 것도 특징이다.

승인은 총 68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두 건의 임상 3상 연구 'Motion Syros'와 'Motion Serifos'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두 임상은 모두 선박이 이동하는 환경에서 이뤄졌다. 연구 결과, 두 시험 모두에서 구토 발생 위험은 위약(가짜약)보다 50~70% 이상 낮아졌다. 36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네레우스 투여군의 구토 발생률은 18.3~19.5%로, 위약군 44.3% 대비 낮았다.


다른 연구에서도 네레우스 투여군의 구토 발생률은 10.4~18.3%로 위약군 37.7%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약물의 안전성 또한 급성 멀미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양호한 수준이었다.

네레우스는 기존 치료제가 가지고 있었던 부작용 관련 문제를 극복할 전망이다. 기존에 허가된 ‘드라마민’과 ‘트랜스덤 스콥’은 졸음과 시야가 흐려지는 부작용이 있었다면, 네레우스는 구토 반사를 조절하는 경로를 차단하기 때문에 졸음 부작용을 개선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항히스타민 계열 성분은 졸음 부작용으로 인해 일반의약품 수면유도제의 주성분으로도 쓰인다.

반다파마슈티컬스 미하엘 폴리메로풀로스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승인은 멀미 관련 네레우스의 항구토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한다"며 "환자들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기존 치료법의 한계 없이 효과적인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승인 미뤄져… “추가 신약 개발 속도 낼 것”
이번 승인은 마지막 멀미약이 FDA 승인을 받은 지 정확히 46년 만에 처음 이뤄졌다. 그동안 마지막으로 승인된 멀미약은 1979년 비아트리스가 개발한 스코폴라민 패치 트랜스덤 스콥이었다. 그 외의 약물로는 일반의약품 항히스타민제 드라마민, 보니 등이 있다.

승인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지만, 허가가 약 7년 밀린 사연이 있다. 반다는 2012년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로부터 네레우스를 도입해 개발을 시작했지만, 2018년 12월 FDA가 임상 보류 조치를 내리면서 개발이 늦어졌다. 당시 FDA가 멀미를 급성이 아닌 만성 질환으로 분류하며 동물을 활용한 장기 독성 시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달 4일 FDA가 멀미를 급성 질환으로 다시 분류하고 임상 중단 조치를 철회하면서 승인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됐다.

회사는 향후 몇 달 내에 네레우스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번 승인 이후 적응증 확대와 추가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반다는 성명을 통해 "위 배출 지연과 지속적인 메스꺼움·구토를 특징으로 하는 '위 마비'와, 비만·당뇨병 치료제에서 흔히 발생하는 구토 부작용을 예방하는 신약 '트라디피단트'의 임상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