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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들의 정관수술을 알아보는 부모라면 주의가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 방학을 맞아 청소년 아들의 정관수술을 알아보는 부모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6.4%, 성관계 시작 연령은 평균 13.6세였다. 이는 10년 전 성관계 경험률 5.3%보다 증가한 수치로, 10대 성문화가 이전보다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맘카페, SNS, 방송 등을 통해 청소년 관련 사건·사고가 반복적으로 공유되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부모가 많아졌고, 미성년자 자녀의 원치 않는 임신을 사전에 막기 위해 정관수술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관수술은 남성에게 시행되는 영구적인 피임법이다.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인 정관을 차단해 임신을 막는 방식으로, 국소마취 후 음낭 피부를 1~2cm 절개해 정관을 절단한 뒤 양쪽 끝을 막는다. 수술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고, 수술 후 통증이나 합병증도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주로 더 이상 자녀를 원하지 않는 성인 남성에게 시행되는 수술로, 미성년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정관수술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정관수술은 단순한 피임 시술이 아니라 향후 생식 능력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의료적으로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미성년자에게 정관수술이 시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칸비뇨의학과의원 윤철용 대표원장은 “미성년자는 생식기관이 성숙하는 과정에 있고, 향후 인생 계획이나 가족 구성에 관한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시기 정관을 차단하면 복원 수술을 하더라도 성공률이 성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장기간의 폐쇄로 부고환 기능 변화나 정자 질 저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관수술 후 정관 복원 수술을 통해 다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고, 기술적으로는 성공률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정관을 차단한 기간이 길수록 복원이 어려워진다. 특히 미성년기에 수술받을 경우 출산을 고려하는 시점까지 10년 이상이 경과하는 사례가 많아, 그 사이 기능 저하가 발생하거나 복원 후에도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윤철용 원장은 “기술적으로는 복원할 수 있더라도 생물학적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미성년자의 정관수술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보호자뿐 아니라 청소년 본인이 직접 정관수술을 문의하는 사례도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대부분 수술로 이어지지 않고 상담 단계에서 마무리된다. 윤철용 원장은 “정관수술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일 수 있고, 장기적인 생식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료진은 정관수술을 권유하기보다 충분한 상담과 교육을 통해 다른 선택지를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의 정관수술 대신 올바른 성교육과 함께 콘돔 등 가역적인 피임법을 정확하게 숙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국군의무사령부와 우송대, 충북대 간호학과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성 경험 여성 청소년의 현대적 피임 실천율은 약 46.1%였다. 2013년 27%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청소년이 정확한 피임을 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윤철용 원장은 “청소년기의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데 있어 정관수술은 적절한 선택이 아니고, 필요할 경우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개인에게 맞는 피임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소년기의 피임은 ‘수술’이 아니라 ‘교육과 책임 있는 선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해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