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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시청에서 ‘겨울잠자기 대회’가 열렸다./사진=서울시 유튜브 캡처
지난 27일 서울시청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는 도심 겨울 축제 ‘2025 서울윈터페스타’의 일환으로 서울시청 8층에서 ‘겨울잠자기 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여름철 한강변에서 화제를 모았던 ‘멍 때리기 대회’의 후속 행사다. 누가 가장 깊고 편안한 잠에 드는지를 겨루는 행사로, 참가자들은 잠옷 차림으로 각자 준비해 온 침구를 펼치고 이부자리에 누웠다. 팔에는 심박수 측정을 위한 암밴드를 착용했으며,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는지가 평가 기준이 됐다.

약 9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참가자 40명 가운데 두 시간 동안 가장 안정적인 수면 상태를 유지해 1등을 차지한 이는 직장인 윤종연 씨였다. 그는 수상 비결로 “머리만 닿으면 잠이 드는 타고난 체질”을 꼽았다.

◇사람도 겨울엔 더 잔다… 빛 부족이 원인
‘겨울잠’은 곰이나 개구리 같은 동물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겨울철 유독 피로감을 느끼고 잠이 늘어난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인간 역시 겨울에 수면 시간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해 미국 헌팅턴기념병원 연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겨울철에 수면 시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겨울철 일조량 감소를 지목했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고 햇빛 노출이 줄어들면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 잠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다스굽타 부교수는 “계절과 무관하게 성인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은 하루 7~9시간이지만, 겨울에는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더 졸리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결과는 독일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2023년 2월 발표된 수면장애 환자 18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겨울철 평균 한 시간가량 더 잠을 잤고, 특히 렘(REM)수면 시간이 약 30분 늘어났다. 렘수면은 기억력과 집중력, 감정 조절,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상심리학자 조슈아 탈 박사는 “렘수면은 빛과 어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겨울철 빛이 부족할 때 몸이 렘수면을 늘려 이를 보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철 숙면 핵심, 규칙성과 햇빛 쬐기
전문가들은 겨울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강조한다. 가능하면 밤 11시 전후로 잠자리에 들고,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며 하루 7시간 30분 이상의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낮 동안 최소 30분 이상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햇빛은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멜라토닌 분비를 안정화해 밤에 깊은 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