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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인하 개편안으로 인해 국내 제약기업들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감소, 고용 감축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29일 '제약바이오기업 CEO 대상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국내 제조시설을 갖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회원사 184개사 가운데 59개사가 현장의 의견을 담아 회신했다. 응답한 기업은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대형기업 7개사와 연매출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중견기업 42개사, 연매출 1000억원 미만 중소기업 10개사로 구성됐다. 이들 기업의 총 매출 규모는 20조1238억원이다.

조사 결과, 59개 기업의 연간 예상 매출손실액은 총 1조2144억원, 기업당 평균 매출손실액은 233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기존에 등재된 약제 중 약가 조정비율이 53.55%에서 40%로 인하될 경우를 가정해 도출한 결과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매출 손실률이 10.5%로 가장 컸다. 이어 중견기업 6.8%, 대형기업 4.5% 순으로 나타나 중소·중견기업일수록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약가 인하가 예상되는 품목은 4866개로, 중견기업이 3653개사(75.1%)로 가장 많았다.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응답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CEO들은 기업당 평균 51.8%의 영업이익이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견기업의 예상 영업이익 감소율이 55.6%로 가장 높았다.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도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문에 따르면, 연구개발비는 2024년 1조 6880억 원 중에서 2026년 평균 25.3%(4270억원) 축소될 것으로 관측됐고, 기업당 평균 축소액은 366억 원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의 축소율이 26.5%로 가장 높았다.

설비투자는 더 큰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설비투자가 지난해 6,345억 원에서 내년 2030억 원을 줄여 평균 3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축소율이 52.1%로 가장 높았고, 기업당 평균 축소액은 135억 원으로 집계됐다.

고용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9개 기업의 종사자는 현재 3만9170명으로, 해당 기업 대표들은 약가 개편안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1691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기존 인원 대비 9.1%의 감축률이다. 예상 감축 인원은 중견기업이 1326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형기업 285명, 중소기업 80명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견기업의 평균 인력 축소율은 12.3%로, 중소기업(6%)의 2배를 뛰어넘었다.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출시 계획 변경 등 사업 차질도 현실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응답한 기업의 74.6%는 제네릭의약품 출시를 전면 혹은 일부 취소하거나, 출시 계획을 변경 혹은 보류하겠다고 답했다. 이같이 응답한 기업들은 수익성·채산성 악화, 사업성 재검토, 개발비 회수 불가·경제성 미성립, 원가 상승·외부 환경 요인 등을 이유로 꼽았다.

약가제도 개편 시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채산성 저하에 따른 생산중단'과 '연구개발 투자 감소'라고 응답한 기업이 52개사로 가장 많았다. 다만, 두 항목 중 1순위로는 ‘채산성 저하에 따른 생산중단(27개사)'을 더 많이 선택했다. 이 외에도 '구조 조정에 따른 인력 감소(42개사)' '원가절감을 위한 저가 원료 대체(20개사)' 등이 뒤를 이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설문 결과에서 드러나듯이 제약산업계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축소는 물론 고용 감축과 사업 차질 등 전방위적으로 직격탄을 맞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면서 “약가정책을 단순히 재정절감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 또한 이날 신년사를 통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은 산업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며 "연구개발 투자 여력의 위축과 고용 감소에 대한 우려는 물론,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 등으로 인해 보건 안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