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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에 감염되면 입 주변에 수포가 올라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 헤르페스바이러스제인 발라시클로버가 인지 저하를 가속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헤르페스, 치매 위험 높여
헤르페스 바이러스(HSV)는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인다고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항HSV를 활용하면 이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HSV는 급성 염증성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1형은 입 주위 2형은 성기 주변에 병변을 유발한다. 한번 감염되면 치료 후에도 바이러스가 신경세포 속에 계속 남아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재발한다.

HSV는 신경세포 속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축적하고, 타우 인산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터프스대 연구팀은 뇌를 3차원 모델로 만들어 HSV에 감염시킨 후 변화를 살펴봤고, 감염 3일 후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이 1002명을 1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HSV 감염자는 감염된 적 없는 사람보다 치매를 앓을 위험이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도 같은 결과를 냈는데, 연구팀은 "HSV가 뇌에 침투하면 알츠하이머를 일으킬 수 있는 반응이 시작한다"며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하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실제 터프스대 연구에서는 감염된 뇌 모델에 HSV 치료제인 발라시클로버를 투약했더니,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완화됐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HSV 양성 환자 대상 '발라시클로버' 투여, 오히려 부작용 있을 수도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임상 연구는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뒤집는 것이다. 발라시클로버가 치매 위험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인지 기능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DP 데바난드 교수팀은 발라시클로버가 실제 알츠하이머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미국 기억장애 전문 클리닉 세 곳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이나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모든 참가자는 HSV에 감염된 적이 있었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매일 발라시클로버를 4g씩 투여했고 나머지 그룹에는 위약을 제공했다.

78주 뒤 11개 항목의 인지 평가 결과, 오히려 발라시클로버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더 인지 기능이 나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 복용이 오히려 인지 저하를 더 빠르게 진행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인지 저하가 뚜렷해진 유증상 단계에서 개입은 시기적으로 늦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고령 환자에게 고용량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투여한 게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발라시클로버가 효과적일지 확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