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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20대 여성이 특이질환인 미소포니아 고통받은 사연이 전해졌다./사진=BBC
영국의 한 20대 여성이 희귀 질환인 ‘미소포니아(Misophonia)’로 고통받고 있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4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영국 여성 로티 도일(23)은 16살 때부터 미소포니아 증상을 겪어 왔다. 그는 식사 시간마다 귀마개를 꼭 착용한다. 다른 사람이 음식을 씹는 소리나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 소리 등에 극심한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일은 “(특정 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공황 상태에 빠지는 느낌과 온몸이 굳어 마치 위험에 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어떻게든 이 소음들을 제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크리스마스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식사 자리에서는 이런 소음이 더 빈번하게 들리기 때문에 더 고역이라고 밝혔다.

선택적 소음 과민증이라고도 불리는 미소포니아는 특정 소리에 대해 뇌가 과도하게 반응해 감정 조절이 불가능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소리의 크기·강도와 관계없이 특정 주파수나 상황 속 소리에 혐오감과 불안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식은땀,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보통 10대에 시작해 성장할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 성인 중 약 18%가 미소포니아 증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확한 환자 수가 통계로 집계돼 있지 않지만, 현대인의 스트레스 증가와 사회적 이슈 부각으로 인해 환자가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미소포니아는 청각과 관련된 질환이지만, 귀 자체의 문제보다는 뇌 기능 문제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명확한 발병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감정과 본능적 반응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와 자율신경계 사이의 연결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고 추정한다.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미소포니아 환자가 특정 소리를 들을 때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뇌섬엽이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옥스퍼드대 NHS 전문 심리치료센터의 임상 심리학자 제인 그레고리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소포니아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그는 “거슬리는 특정한 소음을 전혀 다른 대상과 연결해 보라”며 “예를 들어 누군가 물을 후루룩 마시는 소리를 싱크대에서 물이 빠지는 소리라고 상상하면 뇌가 해당 소음을 해롭지 않은 자극으로 인식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누군가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면 그 소리를 따라 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소리가 강요되는 자극이 아니라 능동적인 행동으로 인식되면서, 경쟁 요소가 뇌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된다”고 했다. 또 “소리를 내는 사람이 왜 그런 소리를 내는지에 대한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며 “같은 소리라도 소리에 대한 해석이 짜증이 더욱 중립적인 감정으로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인지행동치료, 소리노출훈련, 이완훈련 등이 미소포니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력 검사를 통해 청각과민증 등 다른 질환과 감별하고, 동반 질환 여부 확인 후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아직 미소포니아 자체에 특화된 약물은 없지만, 미소포니아로 인한 우울, 불안,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