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수술은 언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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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비만대사외과 김용진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인정한 질환으로, 당뇨병·심장병·고혈압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고도비만 환자는 지방간, 관절 질환, 수면무호흡증 같은 합병증 위험이 크고, 당뇨병 발생 위험도 일반인보다 4~5배 높다. 전문가들은 비만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보기보다, 약물이나 수술 치료를 포함해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헬스조선은 지난 19일 포스코타워역삼 이벤트홀에서 '건강한 삶을 위한 비만 치료와 고도비만 수술의 모든 것'을 주제로 건강콘서트 '건강똑똑'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비만대사외과 김용진·정윤아 교수가 참여해 비만의 원인부터 치료법, 비만대사수술의 효과와 안전성까지 폭넓게 설명했다. 강연 후에는 청중과 함께하는 토크쇼와 질의응답, 퀴즈 이벤트도 이어졌다.

◇비만, 평생 관리 필요한 만성질환
비만은 키와 몸무게로 계산한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진단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38.4%로,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한다.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유전적 요인, 식습관, 운동 부족, 수면,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장내 미생물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윤아 교수는 "비만은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 체계가 무너진 상태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반복해도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식사량을 급격히 줄이면 몸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식욕을 더 강하게 자극하고, 체중을 다시 늘리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관절 통증이나 심폐 기능 저하로 운동 자체가 어려운 고도비만 환자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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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비만대사외과 정윤아 교수가 비만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주사 치료부터 수술까지… 환자 맞춤 치료 필요
최근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 주사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약물들은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을 돕는다. 다만 약물 치료는 중단 시 체중이 다시 증가할 수 있어, 의료진과 함께 장기적인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주사 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고도비만·초고도비만 환자도 있다. 김용진 교수는 "이 경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만대사수술을 단계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대사수술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개선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다. 미국당뇨병학회와 대한비만대사학회는 이를 표준 또는 권고 치료로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술법으로는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이 있다. 위소매절제술은 위의 약 70~80%를 절제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는 수술로, 국내 비만대사수술의 약 80%를 차지한다. 위우회술은 음식이 지나가는 경로를 바꿔 섭취량과 흡수를 동시에 줄이는 방식이다.


비만대사수술 후 출혈, 문합부 누출, 장폐색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나, 대한비만대사학회에 따르면 주요 합병증 발생률은 0.5~0.7%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빈혈이나 비타민 결핍 역시 약물 치료와 정기 검진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담낭 수술이나 맹장 수술과 안전성이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용진 교수는 "비만대사수술은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몸의 대사 구조 자체를 바꾸는 치료"라며 "수술 후에도 식습관 관리와 필요시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장기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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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아 교수가 청중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비만도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는 인식 필요"
과거 흡연이 개인의 습관 문제로만 여겨졌던 것처럼, 비만 역시 오랫동안 개인 책임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흡연이 치료 대상 질병으로 인식되며 금연 치료가 자리 잡았듯, 비만도 의료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병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윤아 교수는 "비만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비만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건강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