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보건의료 뉴스 결산
2025년, 격변의 해였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의대 정원으로 촉발된 여러 혼란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그간 나오지 못했던 각종 정책 변화와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굵직한 보건 사회 이슈들도 여럿 잇따랐다. 보건·의료 분야에 전문성을 띠는 본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의료 현장과 국민 건강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 주요 뉴스들을 꼽아봤다.모든 기자에게 기억에 남는 기사 세 가지씩 추천받은 후, ▲파급력 ▲변화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열 가지 후보를 추렸다. 다시 투표해 ‘탑 6’를 선정했다.
지난 6일 보도된 따끈따끈한 뉴스지만,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전공의 복귀' 뉴스를 누르고 1위로 선정됐다. 개그우먼 박나래가 이른바 '주사 이모'라고 불리는 인물에게 불법 의료 행위를 받았다는 증거가 '디스패치'를 통해 알려졌다. 디스패치는 '의사가 아닌' 주사 이모가 '전문의약품인' 트라조돈과 향정신성의약품인 클로나제팜을 박나래에게 제공하고,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링거를 놓았다고 보도했다. 박나래에 이어 가수 샤이니 키, 유튜버 입짧은햇님까지 주사 이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연예계 전반에 논란이 번지고 있다. 불법 의료 행위는 자칫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공동 2위. 전공의 복귀(17.9%)
이날을 모두가 손꼽아왔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 처리에 반발해 지난해 2월 중하순 사직서를 제출했다. 해결책을 찾고 모든 상황이 금세 안정화되기를 전공의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바랐지만 한번 벌어진 정부와 전공의 사이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1년 6개월 끝에 드디어 전공의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 9월 1일 자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모집된 전공의들의 수련이 시작됐다. 모인 수는 8000여 명으로 의정 갈등 이전 대비 약 76% 수준으로 회복했다.
전체적으로 현재까지 병원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다만 인기과와 필수의료과의 격차는 더 벌어져, 필수의료과를 택한 전공의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과, 영상의학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는 전공의가 90% 이상 복귀한 반면, 외과(36.8%)·응급의학과(48.2%)·산부인과(48.2%)는 50%도 회복되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과는 소아청소년과로 13.4%의 복귀율에 그쳤다.
◇공동 2위. 비만 치료제 BOOM-UP(17.9%)
올 한 해 제약바이오업계의 메가트렌드를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비만치료제'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오르며, 두 제약사의 위상이 크게 올랐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여러 후발주자가 복용 편의성을 높인 후속 약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동제약, 종근당, 디앤디파마텍 등에서 경구용 비만치료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시장도 성과를 얻는 중인데, 23일 알약으로 먹는 위고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산업이 활개 치는 모습을 의료계에서는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비만'치료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BMI가 정상인 사람들도 나서 처방받으면서 '다이어트약'처럼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 등에서는 올해 오남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3위. 트럼프 "타이레놀, 자폐증 유발"(12.8%)
지난 9월 2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임산부들의 심장을 떨어뜨리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한 것. 타이레놀은 임신 중 안심하며 먹을 수 있는 몇 없는 진통제로 알려졌던지라, 그 발표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국내 임신부는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기존 사용상의 주의 사항대로 의사·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고 복용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다만, 복용량은 하루 4000mg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동 4위. 건강기능식품, 다이소 진출(10.3%)
"다이소에서 건강기능식품 사드실 건가요?" 올해 초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가 한 번씩 묻는 말이었다. 그만큼 핫한 이슈였다. 다이소와 제약사가 손잡고 용량과 성분을 조정해 무려 '5000원'을 넘지 않는 건강기능식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약국도 모두 가격에 충격받았다. 당시 '약국보다 싸게 살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 기사 제목에 등장하면서, 약국과 다이소·제약사 간 충돌이 일기도 했다. 지금은 건강기능식품이 유통라인을 넓혀 다이소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공동 4위. 1형 당뇨병, 장애 인정(10.3%)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1형 당뇨병을 새 장애 유형으로 인정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해당 내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공포됐다. 내년 7월 1일부터 1형 당뇨병은 췌장 장애로 인정된다. 23년 만에 장애 유형이 확대되는 것이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영구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반드시 투여해야 한다. 당뇨병은 중증도에 따라 증상이 매우 다른데, 초기에는 혈당 관리만 잘해도 괜찮지만 2기 중등도 이상부터는 한 가지 약물로 혈당 조절이 잘 안되기 시작한다. 이후엔 협심증, 콩팥 기능 저하, 시력 이상 등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이번 입법으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장애인 복지 서비스, 의료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창고형 약국 등장, 제네릭 약가 인하 제도, 의료 분야 AI 예산 급등, 도수 치료 건보 적용 등이 올해의 보건·건강 뉴스 후보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