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현관용 교수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체형 문제처럼 보이지만, 성장기에는 신체 기능과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목가슴이다. 오목가슴은 가슴 중앙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선천성 흉벽(가슴을 둘러싸는 뼈와 근육 구조) 기형으로, 출생아 약 300~4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교정이 어려워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현관용 교수에게 오목가슴 치료의 기준과 최신 치료 전략에 관해 물었다.
“오목가슴에서는 가슴 중앙이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흉곽 공간이 줄어든다. 흉곽 안에는 심장과 폐가 있어, 함몰이 심하면 이 장기들이 물리적으로 눌릴 수 있다. 심장이 압박되면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운동할 때 충분한 혈액을 내보내기 어려워 쉽게 지치고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 폐가 눌리면 폐활량이 감소해 숨이 차기 쉽고, 특히 어린 시기에는 감기나 폐렴에 자주 걸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성장기 아이들에게서 키나 체중이 또래보다 덜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떤 경우에 수술을 고려하나?
“나이, 증상, 검사 결과를 모두 종합해 판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다.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로 ‘할러 지수(Haller index)’라는 수치를 확인하는데, 이는 가슴의 좌우 폭을 앞뒤 깊이로 나눈 값이다. 일반인은 약 2.5 정도이고, 3.25 이상이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수치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실제 수술 환자들의 평균 할러 지수는 4.5 정도로, 함몰이 더 심한 경우가 많다. 운동 능력 저하나 가슴 답답함 같은 신체 증상뿐 아니라, 외형 차이로 인한 자신감 저하나 사회적 위축 같은 심리적 요인으로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목가슴 수술, 안 위험한가?
“현재 가장 널리 시행되는 치료는 ‘넛스(Nuss) 수술’이다. 가슴 중앙을 크게 절개하지 않고, 옆구리에 작은 절개를 내 막대를 삽입해 흉곽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환자의 가슴 모양과 함몰 정도에 맞춰 막대를 미리 구부린 뒤 넣고, 이를 회전시키듯 뒤집어 오목한 부위를 펴준다. 삽입한 막대는 약 3년간 흉곽을 지지하며 가슴 형태를 유지한다. 이 기간에 흉곽이 새로운 모양에 적응해 굳어지면, 막대를 제거해도 교정된 형태가 유지된다.”
-한쪽만 들어가 있거나, 새가슴이 함께 있는 경우는 어떻게 수술하나?
“오목가슴은 대칭형과 비대칭형 등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한쪽만 더 들어가 있거나 새가슴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 기형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의 흉곽 굴곡과 좌우 비대칭 정도에 맞춰 막대를 각각 다르게 구부려 사용한다. 쉽게 말해 가슴의 ‘지형’에 맞게 막대를 맞춤 설계하는 개념이다. 복합 기형은 수술 전 계획도 중요하지만, 수술 중 실제 교정 과정을 보며 판단해야 할 요소가 많다. 막대를 한 번 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넣은 뒤 모양을 확인하고 다시 빼서 형태를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막대를 평행 또는 교차 형태로 배치하거나 개수를 늘려 교정 범위를 넓힌다. 교정 후 특정 부위가 과도하게 튀어나와 보이면 실로 눌러 조정하거나, 위아래에서 동시에 눌러 형태를 잡는 ‘샌드위치 기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수술 시기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있나?
“청소년은 흉곽을 이루는 연골이 아직 부드러워 교정이 비교적 쉽다. 통증도 성인보다 덜한 편이고, 교정 결과도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성인은 흉곽 성장이 끝나 연골이 단단해져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청소년은 막대를 2개 정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은 3개 이상 넣는 경우가 흔하다. 성인에서는 완벽한 교정보다는 일정 부분 함몰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수술 전 충분히 설명한다.”
-수술 후 통증은 어느 정도인가?
“통증은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크다. 숨을 쉴 때마다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늑간 신경 차단술(갈비뼈 사이 신경에 마취제를 주입하는 시술), 무통주사, 국소 마취 약물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방법 등을 함께 사용한다. 최근에는 효과가 며칠간 지속되는 약제도 있어 수술 초기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수술 후 2~3일이 가장 통증이 심한 시기다.”
-환자들의 예후는 어떠한가?
“많은 환자가 숨쉬기 편해졌고 운동이 덜 힘들다고 느낀다. 검사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된다. 폐기능검사에서는 폐활량과 1초 호기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운동부하검사에서 확인하는 심장의 최대 산소 섭취량은 수술 후 꾸준히 운동하면 정상에 가까운 수준까지 좋아질 수 있다. 다만 수술만 하고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수치 변화는 크지 않다.”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나?
“재발률은 약 1%로 낮은 편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너무 어린 나이에 교정이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다. 성장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다시 드러날 수 있다. 성인 수술에서도 교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막대 제거 후 다시 내려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수술 없이 오목가슴을 교정할 방법은 없나?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로는 ‘진공벨’이 있다. 진공벨은 음압을 이용해 가슴을 바깥쪽으로 당기는 장치다. 다만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나이가 어리고 흉곽 연골이 아직 부드러우며, 함몰 깊이가 얕은 경우에만 일부 도움이 된다. 장시간 착용하면 피부에 멍이 들거나 색 변화가 생길 수 있고, 구조 자체를 바꾸는 치료가 아니어서 완전한 교정은 어렵다. 특히 성장기에 교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이후 다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 수술을 결정하기 전 한 번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하나?
“오목가슴 수술은 막대 개수나 수술 시간보다, 의료진이 환자의 흉곽 구조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한쪽만 들어간 비대칭형이나 새가슴이 함께 있는 복합 기형의 수술 경험이 충분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형태가 드러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수술 중 상황에 따라 교정 방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또 수술 후 외형 교정뿐 아니라 호흡·운동 능력 회복을 위한 추적 검사와 재활 관리까지 함께 이루어지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여러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고, 설명이 충분하고 신뢰가 가는 의료진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와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모든 오목가슴이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이와 증상뿐 아니라 외형으로 인해 겪는 심리적 위축까지 함께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술을 선택하더라도 외형을 바로잡는 데서 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꾸준한 운동과 추적 검사를 통해 심폐 기능 회복까지 이어져야 치료 효과를 온전히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설명받고 치료의 필요성과 방향을 이해한 뒤,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