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원공수술 명의] 이지은 이안과의원 대표원장

내경계막판술 개발로, 합병 황반원공 치료도 가능
황반 신경 재생까지 고려… 밀어 넣는 수술 대비 유리
눈에 가스 주입 않고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

황반원공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구멍이 생겨 시야의 중심이 흐려지는 병이다. 얼굴이나 글자처럼 가장 중요한 대상이 잘 보이지 않아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과거 표준 치료였던 수술법은 엎드린 자세를 오래 유지해야 하고, 구멍이 크거나 합병증이 있으면 성공률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의료진이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이안과의원 이지은 대표원장은 부산대병원 안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내경계막판술'을 발표했고, 부친인 故 이송희 박사가 세운 의원을 이어받은 후에도 치료에 쓰고 있다. 이 원장은 "내경계막판술은 가장 큰 매력은 성공률이 매우 높고, 황반 모양이 정상에 가깝게 되는 것"이라며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도 좋은 치료 선택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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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대표원장이 환자의 눈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원장은 "환자 본인의 눈 상태에 대해 이해하고 수술로 얻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하림 헬스조선 객원기자
구멍 크거나 동반 질환 있으면 기존 수술 불리

기존에 황반원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망막 안쪽을 덮고 있는 얇은 막(내경계막)을 제거하고, 눈에 가스를 주입해 구멍이 막히도록 유도하는 '내경계막 제거술'을 썼다. 가스는 떠오르는 성질이 있어 엎드려 있어야만 꼭대기에 해당하는 황반 구멍과 제대로 맞아 구멍을 막는 효과가 난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 중 10~20%는 치료 효과가 부족했다. 주로 구멍이 크거나,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들이 치료에 실패했다. 구멍이 처음 생길 때는 직경이 0.2㎜ 수준으로 미세하지만, 치료를 미루다가 신경이 얇아지면서 직경이 0.6~0.8㎜까지 커진 환자들은 수술 성공률이 떨어진다. 당뇨병, 고도 근시, 황반모세혈관확장증 등 다른 질환을 함께 앓는 합병 황반원공 환자들도 수술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 최대 8주간 엎드리는 자세를 유지해야 해 일상생활이 어렵고, 심할 경우 목이나 허리를 다치는 환자도 있었다.

그러다가 내경계막을 제거하는 대신, 원공 주위에 내경계막을 모아 휴지로 구멍을 막듯 황반원공에 밀어 넣어 막는 '내경계막 삽입술'이 개발됐다. 이 수술법 등장 이후 치료 성공률이 90%이상으로 올랐지만, 구멍 내부를 채운 내경계막이 황반 중심부 신경조직의 재생을 방해하는 문제가 있었다. 원래라면 구멍 안에 신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내경계막이 자리 잡아, 구멍을 막았음에도 사물의 중심부가 흐리게 보이는 문제가 쉽게 회복되지 못한 것이다.


성공률 100% 목표로 수술법 개발

이지은 원장은 수술 성공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리고, 중심부가 잘 보이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2014년 '내경계막판술'을 개발했다. 내경계막판술은 원공 주변의 내경계막으로 원공을 덮는 수술이다<그래픽 참조>. 한 장의 얇은 내경계막을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고 정확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원장은 "내경계막은 가장 두꺼운 곳도 두께가 0.003㎜가 되지 않는 투명한 막이다"며 "얇은 막이 펄럭거리다 보니, 이를 한 장만 정확하게 제 위치에 고정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수술"이라고 말했다. 숙련된 의사에게 수술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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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내경계막으로 원공을 덮을 때 눈 단면의 모습. /그래픽=최우연
다만 내경계막판술의 수술 목표는 '시력 완전 회복'이 아니다. 황반에 구멍이 난 자리를 막고, 이후 서서히 신경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손상된 신경 중에서도 중심부는 재생되는 데 1년 이상 걸리며, 신경이 재생되더라도 병이 생기기 이전만큼으로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원장은 "가령 수술 전 시력이 1.0이었고 병이 생기면서 0.1로 떨어진 환자가 이 수술을 받으면, 대략 0.4~0.5 수준까지 회복되는 식"이라며 "구멍이 막히면 수술 성공으로 판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정상 시력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첫 수술에서 구멍이 막히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성공률·회복 강점… 보급도 순항 중

이지은 원장이 말하는 내경계막판술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수술 성공률이다. 내경계막으로 원공을 덮으면 100%에 가깝게 구멍을 막을 수 있다. 2018년 부산대 의과대학 안과 변익수 교수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내경계막판술은 원공 안으로 내경계막을 밀어 넣는 수술법보다 중심부 신경조직 재생에도 더 유리하고 수술 후 시력도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의 경우 눈 속에 2주 이상 남아 있는 문제가 있었으나, 내경계막판술에서는 눈에 가스 대신 공기를 충전하기 때문에 안압이 높아지는 등 가스 관련 합병증 위험이 없다. 공기는 수술 후 10일이면 모두 흡수되기 때문에 엎드려 있어야 하는 기간이 짧고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수술 중 내경계막판으로 원공을 덮는 데 실패하는 경우 기존 수술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이 수술의 필요성을 의료진들이 받아들이면서 보급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 원장은 "가능한 한 많은 의료진이 이 술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여러 차례 강의를 진행하고 영문 교과서도 집필했다"며 "의료진이 점점 많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최근에는 자신에게 맞게 술기를 변형해 내경계막판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반원공(黃斑圓孔)

초점이 맺히고 정밀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부위인 황반에 구멍이 뚫려 중심부 시야가 사라지는 질환. 외상, 노화 등으로 발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