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명의] 정승필·정재호·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수술-항암-재건-림프부종 치료까지
유방암 명의 3인이 이끄는 다학제 진료
생존율과 삶의 질 모두 잡는 '하모니 케어'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의료진의 전문성이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에는 분야별로 국내에서 인정받는 의료진이 포진하고 있다. 암을 도려내는 유방내분비외과 정승필 교수, 맞춤형 항암치료로 환자 전신을 살피는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 그리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외형을 재건하는 성형외과 정재호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본지에서는 세 명의 의료진을 만나, 유방암 생존율을 올린 치료 체계를 살펴봤다.
정승필 교수, 종양은 잘라내고 환자 삶은 복원해
유방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승필 교수는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오랜 임상 경험을 쌓아온 의사다. 정 교수는 수술 목표를 '암 제거'에만 두지 않는다. 의학적으로 안전하다면 유방의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을 우선 고려하고, 전절제술이 불가피한 상황에도 성형외과와 동시에 수술해 재건을 병행한다. 수술 이후의 삶까지 염두에 둔 접근이다.
박경화 교수, 맞춤형 항암 치료로 정밀 설계
수술 전후 전신 치료를 책임지는 박경화 교수는 국내 손꼽히는 유방암 정밀의료 연구자다. 정부는 맞춤형 정밀 의료와 새로운 항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약 4년간 'K-MASTER' 사업을 운영했다. 박경화 교수는 이 사업에 부단장으로 참여해, 우리나라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 프로파일을 분석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PIK3CA 변이가 있는 환자는 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잘 생기고 예후가 나쁘다는 것을 알아낸 게 기억에 남는다"며 "유전자 발현으로 생기는 경로를 표적하면 환자 예후가 좋아진다는 것을 최근 임상시험으로 증명해 미국 종양학회에서 발표했다"고 했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HER2가 과도하게 많이 발현된 유방암이 유방을 넘어 다른 장기로 퍼진 상태를 말한다. PIK3CA는 세포 성장과 생존을 조절하는 유전자로, 변이가 생기면 암세포가 잘 자라고 기존 치료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정재호 교수, 합병증 위험 줄인 유방 재건
유방암 환자는 수술과 항암치료 후에도 다양한 난관에 봉착한다. 외형 변화로 심리적 충격을 받고, 겨드랑이 림프관이 막혀 림프부종이 생기는 등의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다. 정재호 교수는 유방 재건과 림프부종 치료로, 치료 이후 삶의 질 회복을 돕고 있다.
정재호 교수는 재건 유방을 정상 유방과 비슷하게 맞추는 재건술로도 유명하다. 정 교수는 "유방암 환자에게 재건은 단순한 미용이 아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몸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환자가 신체적·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소통을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명의 연합, 다학제로 생존율과 삶의 질 모두 잡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의 핵심은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의료진의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이다. 세 명의는 처음부터 함께 계획하고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환자는 진단 후 외과, 내과, 성형외과를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각각의 설명을 듣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에서는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환자라면 한 공간에서 치료 방법을 조율한다. 수술과 재건 사이 시간 지연을 줄이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의 최적 시점을 탐색한다. 환자와 보호자 의견을 반영해 환자별 맞춤 치료 계획을 세운다. 정승필 교수는 "협진 하에 비교적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방내분비외과, 종양내과, 성형외과 외에도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가 다학제에 참여해 논의한다. 박경화 교수는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다학제로 다양한 전문가가 한자리에서 의논하면, 혼자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는가를 넘어 어떤 삶의 질로 살아가는지를 함께 고민한다"고 했다.
명의는 어떻게 찾나요? "첫 의사를 믿어야"
국내 여성암 발생률 1위인 유방암은 여전히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질환이다,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약 31%가 증가했다. 많은 여성이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질환이 된 만큼,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자주 받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정리했다.
-유방암 명의, 어떻게 찾나?
정승필 교수: 유방암은 치료가 표준화 돼 있어, 규모 있는 대학병원 의사라면 모두 명의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기에 수술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더 좋은 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의 마음은 알지만, 오히려 병원을 옮기면서 치료가 늦어져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환자를 많이 본다.
-유방암 검진은 언제?
박경화 교수: 국내에서 20~30대 젊은 유방암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족 중 젊을 때유방암은 물론 다른 위치에 암 발병한 사람이 있거나, 유방에 양성 종양이 발견된 사람은 40세 전이라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재건 수술이 암 재발에 미치는 영향은?
정재호 교수: 유방 재건으로 암 재발률이 증가하지 않는다. 수술 후 검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규모 연구에서 일관적으로 확인됐다. 다만 항암·방사선 치료 여부에 따라 적절한 재건 방법과 시기를 선택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