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 명의]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대표원장
美 교수가 고안한 비수술, 직접 만나 배워 와
카테터로 유착 제거해 약물 전달 높여
1년 추적 연구서 통증 절반 이상 감소
고령자·만성질환자도 가능… 의사 숙련도 중요
가는 플라스틱 관 사용… 수술 대안으로 주목
목디스크는 경추의 추간판(디스크)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추간판 탈출증'을 의미한다. 날개 뼈 주위와 목덜미에 쑤시는 통증이 특징이다. 두통이나 어깨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픈 쪽 젖힐 때 심한 통증이 생기면 목디스크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목디스크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신경뿌리에 직접 주사치료를 하지 않는다. 목의 신경뿌리 근처에 뇌와 척수로 가는 혈관이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대신, 카테터를 사용해 안전하게 유착을 제거하고 신경부종을 줄여주는 '신경성형술' 치료가 권장된다.
신경성형술은 1989년 미국 텍사스 의과대학 가보 라츠 교수가 목디스크 환자를 수술 없이 치료하고자 고안한 시술법이다. 목디스크 외에도 경추협착증·경추성 두통 환자나 경추 수술 후 통증이 지속 또는 재발한 환자, 수술이 부담되는 환자에게 쓴다.
이 시술은 직경 1㎜의 플라스틱 카테터를 통해 유착된 신경을 뜯어낸다. 이 때문에 '경막외 유착박리술'로도 부른다.
신경 유착은 목디스크 환자에서 반복되는 디스크의 신경 자극으로 인해 척수신경에 염증이 생겼다 낫는 과정에서 신경 주위가 엉겨 붙는 현상을 말한다. 유착으로 인해 척수신경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혈류가 감소하며, 척수신경에 산소와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저림·시림·통증으로 이어진다.
신경성형술을 위해서는 실시간 컴퓨터 영상장치를 참고하면서 주삿바늘이 아닌 특수 바늘을 삽입하고, 이 속으로 카테터를 넣어 유착된 신경 부위까지 접근시킨다. 이 카테터로 국소마취제·유착박리제·스테로이드를 투여하고, 이후 5%의 고농도 식염수를 2회 주입하면 시술이 끝난다.
수술 필요한 환자 90% 이상이 시술로 치료
문동언 원장은 신경성형술에 강점이 있는 전문의다. 시술법을 배우고자 창시자인 라츠 교수를 2006년부터 두 차례 직접 찾아 배워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10만명 이상의 환자를 직접 시술했다.
문 원장이 이 시술을 배우기로 결심한 것은 국제학술지 '페인 피지션(Pain Physician)'에 직접 발표한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시술의 높은 효과에 큰 매력을 느껴서다. 연구에서 신경주사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목디스크·협착증 환자 169명에게 신경성형술을 실시하고 1년간 추적해 통증 점수(10점 만점)를 계산한 결과, 시술 전에는 평균 7점으로 통증이 심했으나, 시술 후에는 3점대로 떨어져 1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기존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받은 46명의 경우 93%가 신경성형술을 통해 수술을 피할 수 있었다.
약물 효과 도달 유리… 고령·만성질환자도 가능
문동언 원장은 신경성형술을 목디스크 환자들이 수술 전 고려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라고 말한다. 목디스크 환자인 그조차 이 시술을 세 번 받았다. 치료가 문제없이 끝나더라도 재발하는 비율이 신경성형술과 수술 모두 동일하지만, 재발했을 때 다음 치료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은 신경성형술이 더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수술은 치료 실패율이 10~30% 수준이고 부작용도 5~20%의 환자에서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재발률은 수술과 비수술이 서로 같다"며 "수술은 받고 나서 잘못되면 이후에 더 큰 고정술 외에는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시술의 효과가 목디스크 환자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라고도 설명했다. 허리디스크에는 흥분된 신경 주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하는 '신경주사치료'를 고려하지만, 이는 목디스크 환자에게 시행하지 않는다. 허리디스크 환자는 신경뿌리에 직접 마취제를 주입할 수 있지만, 목디스크의 경우 목의 신경뿌리 근처에 뇌·척수로 가는 혈관이 있어 신경뿌리에 직접 주사를 놓기 어려워서다. 신경 유착이 심한 환자는 주사한 약물이 병변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신경성형술은 카테터를 사용해 신경 유착을 뜯으므로 약물이 쉽게 병변 부위의 신경에 도달할 수 있다. 시술 후 신경에 혈액순환이 증가해 산소·영양 공급이 원활해지며, 신경부종이 줄어드는 등 기능도 정상으로 회복된다. 시술 시간은 5~10분으로 짧고 일상 복귀도 빠르다. 가늘고 끝이 둥근 플라스틱 카테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혈관을 찌를 위험성이 없어 안전하다고 평가받으며,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고령자와 당뇨병·고혈압 환자도 시술이 가능하다.
"숙련된 의료진 진단 후 수술 전 시도해 볼만"
그는 임상에서 만난 환자 중 효과가 좋았던 사례도 공유했다. 45세 여성 환자 A씨는 왼쪽 날개뼈 통증으로 문 원장을 찾았다. 침, 물리·도수치료, 통증유발점 주사, 후관절 주사 치료 등을 받았으나 통증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진통제로는 통증 조절이 쉽지 않았고, 병변이 있는 척추신경 쪽으로 유착이 심해 신경주사치료도 불가능했다. 신경성형술을 시행한 결과, 한 달 후 팔 저림을 제외한 통증이 사라졌으며, 3개월 후 통증 점수가 1점으로 낮아졌다. 문동언 원장은 "목디스크 수술을 받기 전 신경성형술을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경성형술의 성패를 가르는 조건은 의료진의 숙련도다. 문 원장은 "시술 경험을 기반으로 디스크에 의해 눌린 신경 하나하나를 찾아 유착을 떼고 염증을 제거해야 수술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디스크 환자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 영상을 참고해 허리를 뒤로 젖히는 '맥켄지 신전운동'을 따라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의료진은 목디스크 환자의 통증을 악화할 우려가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문동언 원장은 "목을 뒤로 젖히면 대부분의 목디스크 환자에게서 수핵의 이동은 거의 없고 추간공의 크기만 20% 감소해 신경을 더욱 압박하는 역효과를 낸다"며 "특히 통증이 있는 급성기에는 신전운동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12.5%의 환자는 수핵이 도리어 뒤로 이동해 신경을 더욱 압박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후인 아급성기부터 '턱 당기기'나 '날개뼈 모으기' 같은 스트레칭을 하는 게 더 도움된다. 턱 당기기 운동은 턱을 살짝 당겨 이중 턱을 만드는 느낌으로 지그시 누르는 운동이다. 날개뼈 모으기는 가슴을 펴고, 어깨를 뒤로 살짝 젖히면서 양쪽 날개뼈를 서로 모아주면 된다. 5~10초씩 10회 반복하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