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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타코벨, 맥도날드, 쉑쉑 등에서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

미국 소비자 주도 연구 프로젝트인 '플라스틱리스트'에서 미국 주요 체인점의 인기 패스트푸드 제품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있는지 데이터를 공개했다.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말 그대로 플라스틱에 포함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플라스틱 유연성을 높이는 프탈레이트, 단단하게 만드는 비스페놀 그리고 열과 물에 강하게 하는 과불화화합물 등이 있다. 식품을 생산, 포장, 배송할 때 플라스틱과 접촉하면서, 이 물질이 식품에서 검출될 수 있다.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건강에 유해하다. 체내 여러 조직에 과도한 면역반응을 촉발하고, 자율신경계와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로 프탈레이트는 임신, 아동의 성장과 발달, 생식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스틱리스트의 조사 결과, 타코벨의 칸티나 치킨 부리또 1인분에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1만 4000나노그램이 함유돼 있었다. 이는 다른 패스트푸드의 제품보다 약 92% 높은 수치다. DEHP는 암과 선천적 기형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접착제, 왁스, 잉크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디메틸프탈레이트(DMP)가 다른 제품보다 74% 이상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 DMP는 동물 실험에서 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의 쿼터파운드 치즈버거에도 플라스틱 화학물질 함량이 높았다. 디이소부틸프탈레이트(DIBP)가 다른 제품보다 72% 높았고, 비스에틸헥실테레프탈레이트(DEHT)도 93% 이상 높았다.

버거킹의 치킨 너겟과 치즈 와퍼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 웬디스 버거에는 DEHT, DEHA 등이 평균 이상으로 높았다. 쉐이크쉑 치즈버거에는 DEHP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든 식품보다 95% 이상 많이 검출됐다. 바닐라 셰이크에서도 DEHA 수치가 높게 나왔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 농대 수잔 브랜더 교수는 뉴스위크에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 고분자 사슬 사이에 위치해,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한다"며 "강하게 결합돼있지 않아 용출되기 쉬워, 이 물질이 식품에서 검출되곤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패스트푸드 제품을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이지만, 우리나라 제품을 먹을 때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식품에 스며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러트거스대 약리·독성학과 피비 스테이플턴 교수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거치는 과정이 많을수록 플라스틱 입자에 오염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패스트푸드 제품에서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발견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프탈레이트는 체내에서 자연 배출되므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다만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지금부터 가공식품보다는 신선 식품 위주로 섭취하는 게 좋다.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도마, 조리도구, 보관 용기 등을 사용하지 않는 등 노출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플라스틱 대체재로는 유리, 스테인리스 등이 있다. 또 프탈레이트는 혈액에 녹아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평소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면 충분한 물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배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