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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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보정 필터에 익숙해진 나머지 실제 자신의 얼굴을 혐오하게 되고, 존재하지도 않던 이중턱을 없애기 위해 고액의 성형수술까지 받게 된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은 아스펜의 성형 전, 이중턱 지방 흡입 수술 직후 모습/사진=데일리메일
소셜미디어 보정 필터에 익숙해진 나머지 실제 자신의 얼굴을 혐오하게 되고, 존재하지도 않던 이중턱을 없애기 위해 고액의 성형수술까지 받게 된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여성 아스펜 브룩(29)은 12살 때부터 인스타그램·스냅챗 등 소셜미디어의 보정 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피부를 매끈하게 하고 코와 턱선을 날렵하게 만들어주는 필터였다. 그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에 필터를 쓰기 시작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필터 없는 사진이 거의 없었고, 필터 없이는 전혀 예쁘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부모 역시 당시 필터 사용이 가져올 부작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문제는 필터 속 얼굴이 '기준'이 되면서 현실의 모습을 점점 견디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아스펜은 결국 타인이 알아채기 힘든 외모 결점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신체이형장애'를 겪게 됐다고 고백했다. 신체이형장애는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질환이다.

아스펜은 "필터로 아주 작은 변화를 주면 '이제 예뻐 보인다'는 강한 만족감이 든다"며 "그 감정이 중독처럼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후 거울을 볼 때마다 '이중턱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고, 2023년 4월 실제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턱 부위 살을 없애기 위해 약 1만 달러(한화 약 1500만 원)를 들여 지방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2주간 하루 24시간 턱 보호대를 착용했고, 이후에도 한 달간 수면 중 보호대를 착용해야 했다. 아스펜은 "수술만 하면 더 이상 필터를 쓰지 않아도 되고, 내 모습에 만족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처가 아문 뒤에도 외모에 대한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필터 사용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21살에 가슴 성형을 받았고, 현재도 필러와 보톡스를 주기적으로 맞고 있다고 했다.

특히 아스펜은 성형외과 의사에게 보정 앱으로 수정한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생기고 싶다"고 말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전신 지방흡입까지 고민했지만, 해당 의사는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며 시술을 거절했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스펜은 "미용 시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신체이형장애 상태에서 수술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전후 사진을 공개하고 주변 반응을 들은 뒤에서야 "그 선택이 과연 윤리적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임신이었다. 수술 9개월 후 임신하면서 호르몬 변화와 체중 증가를 겪었고, 처음에는 외모 변화가 힘들었지만 점차 '통제할 수 없는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됐다. 임신 기간 동안 약 30kg 가까이 체중이 늘었고, 사진 찍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그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아스펜은 "아이가 태어난 순간 완벽하다고 느꼈고, 그제야 과거의 나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딸의 스마트폰 사용에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그는 "어린 나이에 보정 기능을 접하게 하고 싶지 않다"며 "적어도 16~17세 전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스펜의 사례는 소셜미디어 보정 필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실제 외모 인식이 왜곡되는, 이른바 '스냅챗 이형증(Snapchat Dysmorphia)'의 전형적인 양상과 맞닿아 있다. 이는 필터로 보정된 얼굴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현실의 모습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현상으로, 정상적인 용모를 지녔음에도 외모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믿는 신체이형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사회적 관계 형성이나 직업 활동 등 일상 기능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2년 미국의학협회(JAMA)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신체이형장애는 전체 인구의 약 4%에서 나타나며, 모든 성별에서 15~30세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특히 SNS 이미지나 카메라 앱을 통해 보정된 얼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 인식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

미국정신의학회가 제시한 'DSM-5 신체이형장애 진단 기준'에는 ▲타인이 알아채기 어렵거나 아주 미미한 외모 결함에 대한 과도한 집착 ▲외모에 대한 걱정으로 거울 확인, 과도한 치장, 피부 뜯기 등 반복적 행동을 하거나 타인과 외모를 지속적으로 비교하는 경우 ▲외모 집착으로 인해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뚜렷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이러한 집착이 섭식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단순한 외모 고민을 넘어 이러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신체이형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신체이형장애는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심하면 성형 중독이나 자살 위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인지행동치료가 활용되며, 왜곡된 신체 인식을 단계적으로 교정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다만 환자의 병식이 낮아 치료 중단률이 높은 만큼,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