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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식품 100가지’ 순위에서 돼지기름이 8위에 올라 화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식품 100가지’ 순위에서 돼지기름이 8위에 올라 화제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외신 미러는 BBC 퓨처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돼지기름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식품 100가지 중 8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순위는 과학자들이 1000가지가 넘는 식품을 분석해 영양 점수를 매긴 결과로, 100점을 만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식품을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했을 때 일일 영양 요구량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영양 과잉 섭취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돼지기름은 이 평가에서 73점을 받아 완두콩, 양배추, 고등어 등 대중적으로 ‘건강식’으로 알려진 식품 92가지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BBC 퓨쳐는 돼지기름이 비타민B의 좋은 공급원이며, 전체 지방 중 불포화 지방이 높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돼지기름에 풍부한 비타민B는 에너지 생성·대사, 신경 기능, 면역력 증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관여해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며, 부족할 경우 피로감이 쉽게 나타나고 대사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돼지기름은 전체 지방의 50~57%가 불포화지방산으로, 약 38% 수준의 포화지방보다 많다. BBC 퓨처는 돼지기름의 불포화지방이 양고기·소고기 지방 불포화지방 함량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영양 점수'가 곧바로 '섭취 권장'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조은미 영양사는 “돼지기름이 단일불포화지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방 자체가 혈당을 직접 올리지는 않지만, 탄수화물과 함께 섭취할 경우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나타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특성은 올리브유, 아보카도유 등 대부분의 지방에서 동일하게 관찰되며, 돼지기름이 특별히 더 우수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했다. 오히려 돼지기름은 포화지방 비율도 높은 편으로, 과도하게 섭취하면 LDL 콜레스테롤 증가를 통해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열량도 주의가 필요하다. 돼지기름은 100g당 약 900kcal 이상으로 열량이 매우 높아 체중감량이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조은미 영양사는 “돼지고기 자체에 이미 상당한 지방이 있기에 추가로 돼지기름을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며 “특히 고지혈증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대신 올리브유나 카놀라유 등 비교적 건강한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순위를 ‘어떤 식품이 절대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식품의 영양 밀도를 비교한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돼지기름 역시 특정 영양소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섭취량과 사용 맥락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