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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허투/사진=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제공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가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양성 유방암 1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가 발굴한 후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한 ADC 항암제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항체 '트라스투주맙'과 암세포를 사멸하는 약물인 '데룩스테칸'을 링커 기술을 통해 결합했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해 효과적으로 사멸하면서 정상 세포의 사멸은 최소화할 수 있어 부작용을 낮출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HER2 양성·저발현 유방암, HER2 양성 비소세포폐암·위암 치료제로 허가됐으나, HER2 양성 유방암에서는 2차 이상 치료제로만 사용이 가능했다.

이번 승인으로 엔허투는 기존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면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암이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단, 1차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로슈의 표적항암제 '퍼제타'를 함께 투여해야 한다.


현지에서는 적응증 확대로 인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1차 치료 표준이 13년 만에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012년 6월 FDA의 퍼제타 허가 이후 세포독성항암제 '탁산'과 표적항암제 '허셉틴', 퍼제타를 병용하는 'THP 요법'이 1차 치료제로 자리 잡았으나, 이번 엔허투의 승인으로 1차 치료에서 엔허투 병용요법이 우선 고려될 전망이다.

승인은 임상 3상 시험 'DESTINY-Breast09'의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임상에서 엔허투·퍼제타 병용요법은 THP 요법 대비 암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낮췄다. 암이 더 나빠지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의미하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40.7개월이었다. 이는 THP 요법의 26.9개월보다 약 14개월 긴 수치다. 치료법의 안전성은 각 약물의 기존 데이터와 일관됐으며,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임상시험을 주도한 미국 다나-파버 암 연구소 사라 톨라니 교수는 "기존 표준 치료법의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이 약 2년인 데 비해, 엔허투·퍼제타 병용요법은 3년 이상에 달했다"며 "이를 고려할 때 이 치료법이 해당 질환의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