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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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목적의 유방확대술은 보형물 상태와 조직 변화에 따라 재수술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용 목적의 유방확대술은 보형물 상태와 조직 변화에 따라 재수술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수십 년 전 시행한 수술의 경우, 기존 흉터와 피막(보형물을 감싸기 위해 몸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얇은 섬유성 막) 변화로 수술 난이도와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경우, 수술 결과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토대로, 60대 여성에게 발생한 유방 확대 재수술 관련 의료분쟁 사건을 정리했다.

◇사건 개요
60대 여성 김모씨는 2021년 3월, 약 30년 전 시행받은 양측 유방확대술 이후 가슴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며 의료조정의 대상이 된 A의료기관 성형외과 외래를 찾았다. 진료 당시 의료진은 우측 유방에서 구형 구축(보형물을 감싼 조직이 딱딱해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좌측 유방은 보형물로 사용된 생리식염수가 흡수된 상태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유방 확대 재수술을 계획했다.

같은 해 6월 말, 김씨는 A의료기관에서 유방 확대 재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양측 피막 제거를 포함해 진행됐으며, 보형물 주변 조직에 염증이나 종양 등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수술 다음 날 소독 후 배액관을 유지한 상태로 퇴원했고, 수술 후 6일째 배액관과 실밥을 제거했다.

수술 이후에도 불편감은 이어졌다. 김씨는 수술 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양측 유방 모양이 다르다고 느끼고 통증을 호소했으나, A의료기관 의료진은 전반적인 경과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4개월이 지나 다시 A의료기관을 찾았을 당시, 김씨는 B의료기관에서 부신 우연종(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부신 종양)으로 호르몬 대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부신 종양은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 생긴 혹을 말한다. 이에 A의료기관 의료진은 해당 약물을 중단한 뒤 부종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후 김씨는 수술 이후 전신적인 부종이 나타났다고 느끼며, 같은 해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손 부종 증상으로 C의료기관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수술 후 13개월이 지난 2022년 7월에는 우측 유방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과 통증, 좌측 하부 통증, 유방 비대칭을 호소하며 다시 A의료기관을 찾았다.

이후 3개월 뒤에는 손 부종과 관련해 우측 수근부 건초염(손목 힘줄을 감싸는 막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나 부기가 나타나는 질환) 진단으로 D의료기관에서 진료받았다. 당시 관절이나 뼈의 이상은 없었고, 의료진은 림프관·정맥 순환 장애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증상 경과에도 불구하고 불편감이 해소되지 않자, 김씨는 유방 확대 재수술 이후 진료 과정 전반에 대해 의료조정을 신청했다.

◇환자 “수술 과정에 문제” vs 병원 “예측 가능한 합병증”
김씨는 “유방 확대 재수술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형물이 흘러내리고, 가슴이 작아지면서 굳어지는 느낌과 통증이 계속됐다”며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의료진이 이를 충분히 살피지 않아 증상이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의료기관은 “유방 확대 재수술 이후 비대칭이나 구형 구축의 재발은 10~15% 이상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라며 “특히 과거 수술로 인한 흉터가 많아 피막 절제술이 필요한 경우, 조직 손상으로 이러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상적인 유방에서도 좌우 크기 차이는 흔하며, 김씨의 경우 재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비대칭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처치 자체는 적정… 고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미흡”
의료중재원 감정위원회는 수술 전 여러 진료과 협진을 거쳐 치료가 이뤄졌고, 수술 과정과 이후 경과 관찰 전반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호소한 손 부종 역시 림프 손상 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지만, 유륜 절개 방식으로 시행된 이번 수술의 해부학적 위치와 시술 과정을 고려할 때 수술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낮다고 봤다.

감정위원회는 보형물 흘러내림 증상에 대해 “전체 피막 제거 후 넓은 부위의 박리가 이뤄진 뒤 치유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칭과 구형 구축 역시 유방확대술에서 발생 가능한 합병증 범주로 판단했다. 실제로 2022년 7월 시행한 흉부 CT 영상에서도 양측 보형물의 크기와 위치는 대칭적이고 적절하게 관찰돼, 재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감정위원회는 설명의 충실성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수술 동의서에 일반적인 합병증이 기재돼 있더라도, 김씨처럼 과거 유방확대술 이력이 오래돼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위험을 수술 전에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정위원회는 의료진의 법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반복 수술과 관련한 불확실성과 한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환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정위원회는 사건 경과와 감정 결과를 종합해 A의료기관이 김씨에게 위자료 100만 원을 지급하도록 조정했고, 양측이 이에 동의해 조정이 성립됐다.

◇오랜 과거 수술 이력 있는 재수술, 설명의 깊이가 분쟁 좌우
김씨가 받은 유방확대술은 보형물을 삽입해 가슴의 형태를 교정하는 시술로, 수술 이후 비대칭이나 통증, 구형 구축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형물 위치와 주변 조직 상태를 점검하며 경과를 관찰하게 된다. 특히 과거 수술 이력이 있는 재수술에서는 기존 흉터와 피막 변화로 조직이 단단해져, 이러한 부작용이 더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수술 결과 자체에 명확한 과실이 없더라도, 재수술에서 예상되는 위험과 한계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으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재수술을 계획할 때 환자의 과거 수술 이력과 조직 상태를 고려한 개별적 위험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환자 역시 수술로 기대할 수 있는 변화의 범위와 한계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