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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했다,/사진=연합뉴스
드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멕시코 국경수비대에 메달을 수여하며 “우리는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공식 분류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펜타닐과 핵심 전구체를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펜타닐 단속을 벌여 300만 정의 펜타닐을 압수했다”며 “치명적인 펜타닐이 쏟아져 들어오는 재앙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원료인 전구체 유입을 명분으로 중국 등에 부과했던 관세 정책을 옹호하고, 베네수엘라 등 남미로부터 들어오는 마약에 대응하기 위해 벌일 수 있는 군사작전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펜타닐로 인한 심각한 공중 보건 위기를 겪고 있다. 외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23년 1~8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미국인은 약 10만 7000명에 달했으며, 이 중 펜타닐로 인한 사망은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또한 2024년 국제 마약 정책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3년도에 미국 사법 당국이 압수한 불법 펜타닐 함유 알약이 약 1억 1500만 개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소셜 미디어에서 불법적인 경로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재임 기간에도 펜타닐 확산을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


펜타닐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 받아 청소년들이 흡입·유통하는 사례가 증가해 논란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10대 42명이 펜타닐 사범으로 적발돼 큰 충격을 줬다.

펜타닐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마약성 진통제로,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의 전달을 억제함으로써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펜타닐 복용을 통해 분비되는 엔도르핀의 양은 모르핀의 약 100배, 헤로인의 약 50배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펜타닐은 다른 마약성 진통제와 마찬가지로, 근육 이완, 행복감, 진정, 통증 완화, 어지러움, 구토 등의 효과를 낸다. 과다 복용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호흡 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최근에는 의료 외 목적으로 정확한 함량을 지키지 않은 채 약물이 불법 제조·유통·판매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극소량만 투여해도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단 2mg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청소년은 성인보다 적은 양으로도 중독될 수 있고, 뇌 손상이 더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어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

한편,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지칭하는 대량살상무기의 범주에 마약류를 포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