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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닝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햇볕에 노출될 때보다 피부암 발생 위험을 2.85배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태닝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햇볕에 노출될 때보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의 발병 위험을 3배 가까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흑색종은 색소를 생성하는 피부의 멜라닌 세포에서 시작되는 피부암이다. 피부암 중에서 가상 악성도가 높으며, 울퉁불퉁한 갈색 또는 검은색의 단단한 반점과 혹이 올라오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발생 비중은 전체 피부암의 4% 수준이지만, 피부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인 77%를 차지한다.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 의과대학 피부과 페드람 게라미 교수 연구진은 태닝 기계 사용과 흑색종의 발병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노스웨스턴 의과대학 피부과에서 진료받은 3만2315명의 환자 중 태닝 기계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 2932명과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 2925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흑색종 발생률을 비교했다. 태닝 기계 사용 경험이 있는 환자군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87.7%로 대조군(57%)보다 높았고, 화상 경험과 흑색종 가족력도 더 높았다.

분석 결과, 태닝 기계 사용 경험이 있는 환자의 5.1%가 흑색종을 진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군(2.1%) 대비 더 높은 수치로, 나이·성별·화상 이력·가족력을 고려해 지표를 조정한 후에도 태닝 기계 사용은 흑색종 위험을 2.8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닝 기계 사용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허리 아랫부분이나 엉덩이처럼 햇볕에 잘 노출되지 않는 부위에 흑색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태닝 기계가 햇볕 노출보다 더 광범위한 유전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입증하고자 이들은 유전체 기술을 사용해 세 집단의 피부 기증자로부터 얻은 멜라닌 세포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다. 첫 번째 집단은 실내 태닝을 오랫동안 받아온 환자 11명, 두 번째 집단은 태닝 기계를 사용한 적이 없지만 나이·성별·암 발생 위험 등이 태닝 기계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유사한 환자 9명으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세 번째 집단으로 이미 사망한 환자 6명의 피부 조직을 추가로 분석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태닝 기계 사용 경험이 있는 환자들의 피부 세포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두 배 가까이 많았으며, 여기에 흑색종 관련 돌연변이가 포함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닝 기계를 쓰는 환자들의 경우 돌연변이가 햇볕에 잘 노출되지 않는 신체 부위에서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고려해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성년자의 태닝 기계 사용이 불법화돼야 하며, 태닝 기계에 담배와 유사한 경고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를 주도한 게라미 교수는 "야외에서 햇볕에 노출될 경우 피부의 약 20% 정도만이 가장 큰 손상을 입지만, 태닝 기계 사용자는 피부 표면 거의 전체에 걸쳐 동일한 위험한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환자가 태닝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지 않은 미성년자 때 태닝을 처음 시작한다"며 "최소한 미성년자의 태닝 기계 사용은 불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12일(현지시간)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