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순천향대부천병원에 따르면 수술의 주인공은 아버지 고영화(63)씨와 장녀 고혜진(34)씨다. 고영화 씨는 약 7년 전부터 간질환을 앓아 왔다. 반복되는 출혈과 측부혈관 발달로 여러 차례 지혈술을 받았고, 황달과 복수 등 간경화 증상도 악화하며 더는 간이식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딸이 위험에 빠질까 봐, 간이식만큼은 완강히 반대했다.
하지만 효심 깊은 두 딸은 아버지 몰래 간이식 적합성 검사를 받았고, 혈액형·조직 적합성·간 구조 등을 종합해 장녀 혜진 씨가 최종 기증자로 결정됐다.
고혜진 씨는 "아버지는 평생을 저와 동생을 위해 희생해 오셨다. 그냥 보내드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며 "혹시 제가 수술 후 잘못되면 남편과 아이들이 힘들어질까 봐 두렵기도 했지만, 단 1년이라도 아버지 삶을 연장할 수 있다면 꼭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이식 수술은 정재홍·이옥주 간담췌외과 교수팀이 집도했다. 고 씨는 간경화로 인한 문맥압항진증이 심해 주요 혈관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대량 출혈 위험이 컸고, 중증 간질환으로 응고 기능도 불안정해 고난도 수술이 예상됐다. 그럼에도 이식팀은 미세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교한 혈관 문합으로 이식 간의 기능을 최적화했고, 부녀는 합병증 없이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정재홍·이옥주 간이식 팀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간이식 팀은 외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중환자실, 병동 등이 긴밀하게 연계된 다학제 협진 체계를 기반으로 최적의 간이식 치료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중증 환자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각오로 수술과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