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이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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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사진=구글 나노바나나
집으로 향하는 저녁, 거리에 퍼지는 고소한 붕어빵 냄새가 발길을 붙잡는 12월입니다. 호호 불며 베어 문 붕어빵의 따뜻한 온기가 잠시나마 언 몸을 녹여주지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시린 겨울바람이 부는 것만 같습니다. 달력을 보며 올 한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자책이 밀려오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어쩔 수 없었다며 애써 불안을 외면해보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진료실을 찾아와 묻습니다. “잘 살려면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하지 않나요?”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점하고 채찍질해야만 나태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곤 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 연구들은 의외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과도한 자책은 우리 뇌에 위협 시스템을 작동시켜 오히려 위축되게 만들고, 도전을 두려워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에게 “​괜찮아”라고만 말하고 안주하기만 하는 것이 답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여러분께 ‘맹렬한 자기자비(연민)’를 처방해 드리고 싶습니다. ‘자비’라고 하면 흔히 붕어빵의 달콤한 앙금처럼 마냥 다정한 위로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비의 부드러운 한 면일 뿐입니다. 진정한 자비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바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용기입니다.

맹렬한 자기자비는 나를 해치는 습관이나 부당한 상황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힘입니다. 실패했을 때 남 탓을 하거나 숨기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하지만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아니야. 다시 해 보자.’라고 외치며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동력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 힘을 경험했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듯한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를 이끈 것은 단순한 분노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나와 우리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맹렬한 자비심이 서로를 보호하는 가장 뜨거운 불빛이자, 맞잡은 손으로 두려움을 녹여낸 치유제가 되어준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원한다면 언제든 이 멋진 에너지를 삶으로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자비는 쓴다고 닳거나, 나눈다고 줄어들지 않는 우리 내면의 듬직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곧 새해가 밝아옵니다. 으레 그렇듯 새로운 결심을 하고, 며칠 못 가 작심삼일로 끝난 자신을 보며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비난 대신 맹렬한 자비를 발휘해 보시면 어떨까요? 계획이 틀어졌을 때 자신에게 채찍을 들거나 슬쩍 미루려 드는 대신, 마치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보호하듯 ‘괜찮아, 지금부터 다시 하면 돼’라고 말해주세요.

부드러운 온기로 자신을 달래고, 맹렬한 용기로 다시 걷게 하는 것. 그 균형 잡힌 자비로움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여러분이 소중한 ‘나’와 내 곁을 지키는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