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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조윤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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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조윤성 교수가 조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아이가 만삭에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임신 주수가 한 주, 하루라도 부족하면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출산이 심화되는 현실과 달리 조산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조산은 신생아의 생존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위험 요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방적 접근을 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조윤성 교수를 만나 조산의 원인과 위험성, 치료 전략에 대해 물었다.

-출산율이 줄고 있음에도 조산은 증가하고 있다던데.
"출산아 수는 2013년 43만 명에서 2024년 23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조산율은 6.5%에서 9.8%로 증가했다. 즉 10명 중 1명꼴로 조산아가 태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조산의 75%는 자연적인 조기진통이나 조기양막파수에 의해 발생한다. 나머지는 전치태반·임신성 고혈압·조절되지 않는 당뇨 등 산모 질환으로 불가피하게 인위적 분만을 선택하는 경우다.

최근 조산이 증가한 요인은 산모 연령 상승으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 난임 치료의 증가에 따른 다태아 임신 증가, 산전 검사·의료기술 발달로 태아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일찍 분만을 결정하는 사례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임신 기간에 따라 조산아의 예후가 크게 달라지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몇 주에 태어났는가’다. 임신 기간은 보통 40주를 기준으로 하며, 37주 이후를 만삭으로 본다. 20주 미만에 분만되면 유산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임신 20주 이후부터 36주 6일 이전에 태어나면 조산아라 한다. 출산 주수가 낮을수록 장기 미성숙으로 인한 위험이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폐 미성숙으로 인한 호흡곤란증, 출혈·감염, 체온 조절 장애 등이 흔하고, 장기적으로는 뇌성마비, 시력·청력 장애, 발달지연,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28주 이전 조산은 생존율과 직결되며, 1.5kg 미만의 극소저체중아는 영아 사망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위험도가 높다. 합병증 위험도 큰데, 특히 폐 발달 문제로 기관지폐이형성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 전문적인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반면 34~36주 6일의 늦은 조산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럼 '늦은 조산아'의 경우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생존율만 보면 만삭아와 거의 비슷해 과거에는 이 시기 조산을 비교적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면역·신경 발달 미성숙으로 인해 감염 위험 증가, 사회성·인지능력 저하, 학업 적응 문제 등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조산 시 정부 지원 혜택이 있다는 점 때문에 의학적 이유 없이 36주 5일, 36주 6일 등 37주 직전의 조기 분만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할 때가 있다. 늦은 조산아가 비교적 예후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장기적으로 분명한 불리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이는 가장 소중한 존재이므로 가능한 한 최선의 환경에서 만삭에 가깝게 분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산 경험이 있는 산모는 다음 임신에도 걱정이 클 것 같다.
"실제로 조산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과거력’이다. 이전에 조산한 경우 다음 임신에서 조산 위험이 2~3배 높다. 한 번 조산한 산모가 다음 임신을 하면 약 18%가 다시 조산하고, 두 차례 연속 조산 경험이 있으면 다음 임신에서는 약 25%가 조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과거 조산력이 있다면 예측·예방을 위한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태(쌍둥이)임신이 조산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뭔가?
"쌍둥이 임신의 절반가량(약 50%), 세쌍둥이 임신의 75%에서 조산이 발생한다. 다태임신은 자궁이 과도하게 팽창해 조기진통·조기양막파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임신성 고혈압, 태아성장지연 등 합병증도 흔해 전반적인 조산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난임 시술 증가로 다태임신 비율이 늘면서 전체 조산율 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산과 의사들은 다태임신을 ‘고위험 임신’으로 보고 더욱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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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조윤성 교수가 조산의 추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산아 수는 2013년 43만 명에서 2024년 23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같은 기간 조산율은 6.5%에서 9.8%로 증가했다.​/사진=신지호 기자
-조산이나 유산의 대표적인 원인인 '자궁경부무력증'은 어떤 질환인가?
"자궁경부무력증은 자궁경부 조직이 약해 임신 2분기(임신 14~28주)에 태아와 양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자궁경부가 미리 열리는 상태다. 이 경우 경부가 스르르 열리며 매우 이른 시기 유산 또는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거나 이미 많이 진행된 단계에서 진단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때 '자궁경부봉축술'을 미리 하면 좋은가?
"자궁경부봉축술은 미리 열리기 시작한 자궁경부를 실로 묶어 ‘복주머니처럼’ 조여주는 시술이다. 예방적으로 시행할수록 성공률이 높으며, 이미 양막이 밖으로 밀려 나온 상태에서 시행하면 성공률이 떨어진다. 시술 후 프로게스테론 질정을 병행하면 예후가 더 좋아질 수 있다. 이는 임신 유지에 핵심적인 호르몬으로, 질정을 투여하면 자궁근육을 이완시키고 자궁경부가 짧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과거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유산·조산을 경험한 산모는 다음 임신에서도 재발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임신 12~14주에 예방적 봉축술을 권고한다. 성공률은 약 70~90%로 알려져 있어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평가된다."

-쌍둥이 임신에서는 예방적 봉축술의 효과가 크지 않다던데.
"다태임신에서 조산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자궁의 과팽창’이기 때문에, 자궁경부 자체를 묶어 고정하는 봉축술과는 기전이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다태임신 조산율을 근본적으로 낮출 정답은 아직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예방 조치를 했음에도 조기 진통이 발생한다면?
"34주 이전에 조기 진통으로 분만하면 예후가 좋지 않아, 이 경우에는 자궁수축억제제를 우선 투여한다. 그럼에도 조산이 임박하면 태아 폐 성숙을 돕기 위한 산전 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한다. 최근에는 34주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스테로이드 투여가 고려되고 있다. 만약 33주 이전 조기출산이 예상되면 태아 뇌 보호를 위한 마그네슘 주사도 함께 시행한다. 이는 뇌혈관의 안정화를 도모해 뇌의 신경적 발달을 도와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로 조기진통을 치료할 때 한계나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나?
"다양한 약물을 사용해 치료해도 사실 조산을 100% 막을 수는 없다. 효과가 있더라도 대개 48시간 정도 지연시키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또 약물별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산모와 태아 상태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야 하고, 치료 중단 후 재발 가능성도 있어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산모의 심리적 불안을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보다 안전한 분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우선 여러 과가 협진에 힘쓰고 있다. 24시간 발생할 수 있는 분만은 산부인과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 상황이다. 특히 조기 분만인 경우 산부인과·마취과·신생아팀의 협력이 균형을 잘 이뤄야 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여러 과가 한 팀이 되어 상시 협진 체계를 갖추고, 응급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12월에는 ‘고위험 산모·태아 집중치료실(MFICU)’이 신설된다. 이는 고위험 산모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산모 중환자실’로 조기진통, 태아의 성장지연, 임신성 고혈압 등 집중관찰이 필요한 산모만을 별도로 치료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최신 장비를 도입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산모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입원 환경도 개선했으며, 고위험 분만을 경험한 간호사와 모체·태아의학 전문 교수 3명이 상주해 협진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치료 성과와 신생아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조산을 걱정하는 산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과거력이 있는 산모들이 다시 같은 상황을 겪을까 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이전에 두 차례 조산을 경험한 산모라면 다음 임신에서 약 25% 정도 조산 위험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75%는 만삭 분만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위험 임신이라도 위험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 의료진과 함께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면 예후는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의료진이 한 팀이 되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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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조윤성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조윤성 교수는…
연세대 원주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대에서 산부인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에서 일반산과, 고위험 임신, 기형아 관리, 태아정밀초음파 등을 중심으로 진료하고 있다. 직접 만나본 그는 환자의 상황을 귀 기울여 듣고, 진료에 진심을 다하는 의사였다. 병원 관계자들도 “항상 밝고 적극적이며, 산모와 아기를 진심으로 대하는 의사”라고 묘사했다. 조 교수는 유산이나 조산이 임박한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더 효과적으로 도울 방법을 고민하며 여러 연구를 해왔다. 현재는 자궁경부봉축술을 했음에도 일부 산모가 만삭까지 임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자궁경부·질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