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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성소수자로 분류되는 임산부들은 완전히 이성애자라고 답한 임산부들보다 제왕절개를 받을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성적 지향성이 출산 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미국의 세 개 대규모 코호트 조사 자료를 통합해 분석했다. 해당 조사들에는 1947년부터 1997년까지 여성 10만2298건의 단일아 임신 기록이 포함돼 있다.

분석 결과, 성소수자 임신 비율은 전체의 약 14%를 차지했다. 그런데 성소수자 그룹의 제왕절개 비율은 완전 이성애자 그룹보다 약 7% 더 높았다. 과거 동성애 경험이 있지만 출산 당시에 이성애자라고 밝힌 그룹은 12% 높았다.

연구팀은 또 성소수자 그룹에서 유도분만 비율도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유도분만은 자연 진통이 없거나 산모, 태아의 건강상 이유로 분만 예정일 전에 인위적으로 자궁 수축을 유도해 분만을 시작하는 시술이다.

성적 지향 자체가 제왕절개와 유도분만의 원인은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대신 출산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상호작용, 진료 경험, 위험 인식 차이 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연구 저자 사라 맥케타(Sarah McKetta) 박사는 “의료진이 성소수자 임신부의 위험을 과도하게 평가해 제왕절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또 성소수자 여성은 의료환경에서 더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는 산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이게 유도분만 비율을 높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왕절개 수술은 미국에서 매년 약 110만 건 이상 시행되며, 전체 저위험 출산의 약 26%를 차지한다.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수술이지만 과도하게 시행될 경우 산모 건강에 부담을 주고 의료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맥케타 박사는 “향후 연구에서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데이터를 포함하는 장기적 조사로 이런 차이를 더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며 “임상의들 또한 성소수자 환자에 대한 의료적 판단이 불필요한 제왕절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The Lancet Regional Health America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