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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사진=정준엽 기자
“WHO(세계보건기구)가 보습제를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한 것은 보습을 통한 피부장벽 관리가 아토피피부염의 관리에서 매우 중요함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11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피에르파브르코리아 덱세릴 MD크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덱세릴은 프랑스 기업 피에르파브르가 글리세롤 15% 성분을 포함해 최소 성분 조합(13개)으로 개발한 아토피피부염이나 치료용 보습제다. 피부질환이나 화상 등으로 인해 손상된 피부 장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1991년 프랑스에서 의약품으로 처음 등록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이후인 2022년 9월 처음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의약품이 아니라 2등급 의료기기로 출시됐기 때문에 '바르는 의료기기'로 불리기도 한다. 제품명에 포함된 'MD'라는 용어는 의료기기를 뜻하는 'Medical Device'의 약자다. 외형이 일반 화장품 크림과 큰 차이가 없으나, 실제로 손상된 피부에 발랐을 때 물리적으로 피부 보호막을 형성하는 효과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된 품목이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WHO(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개정 필수의약품 목록에 덱세릴이 포함된 것을 기념하고자 개최됐다. 정확하게는 지난 9월 글리세롤 15~20% 크림과 파라핀 5% 크림 제형을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한 필수 제제로 제시됐다. 이번 필수의약품 등재로 덱세릴은 아토피피부염 전반에서 치료의 기초가 될 전망이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사용을 줄이면서, 보습제 도포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스테로이드 연고로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 환자의 경우 생물학적 제제와 보습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김현정 교수는 이번 등재 근거가 크게 ▲피부장벽 관리와 건조 증상 개선 기여 입증 ▲전연령에서 장기간 사용 가능한 높은 안전성 ▲글로벌 질병 부담 경감을 위한 필수적 접근성 등 세 가지였다고 밝혔다. 이는 WHO 필수의약품전문위원회와 국제아토피학회(ISAD)의 협력을 통해 도출된 결과다. 김 교수는 "이번 등재는 피부 장벽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전 세계 합의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환자가 보습제를 고민할 때 어떤 성분을 사용하면 좋은지를 가이드로 제시해줬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확인된 덱세릴의 사용 근거도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나정임 교수가 제시한 연구에 따르면, 유레아를 5% 함유한 보습제를 사용한 환자군은 치료 6개월 후 재발하지 않은 비율이 26%였던 반면, 다른 보습제를 사용한 환자군에서 재발을 경험하지 않은 비율은 10%였다.

나 교수는 "환자들이 재발이 반복되면 치료 포기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재발이 없는 비율을 10%에서 26%까지 높인 것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근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에서는 빠른 염증 억제와 피부장벽 회복이 병행돼야 재발을 줄일 수 있다"며 "보습제의 성분에 따라 오히려 피부장벽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피부장벽을 보호·회복할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덱세릴은 의사의 처방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을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으나, 이는 제조사의 정식 유통 채널이 아니다. 피에르파브르코리아 김융규 본부장은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은 일부 병·의원에서 사입해서 올린 것으로, 공식적으로 의료기기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며 "해당 제품이 정품이 아니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당사에서 운영하는 공식 유통 채널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