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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박성민 대외협력이사, 화순전남대병원 조상희 임상시험센터장,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연숙 과장, 경희대 약학·규제과학과 서혜선 교수,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사진=정준엽 기자
정부가 희귀·중증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약 급여 등재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공개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새 정부 희귀·중증질환 보장 강화의 방향은'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직접 발표에 나서 본인과 주위 환우들이 겪고 있는 진단 지연과 치료 접근의 어려움을 공유했다. 실제로 그동안 환자들은 신약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사용 조건이 까다로워 급여로 인정받지 못해 약가 전액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왔다.

대표적으로 희귀 유전질환인 '폰히펠린다우증후군(VHL)' 환자들은 유일한 치료제 '웰리렉'이 2023년 5월 허가됐으나, 두 번의 건강보험 급여 신청에서 모두 고배를 마시며 월 2000만원 이상(90알 기준)의 비급여 약가를 부담하고 있다. 한국VHL환우회 정미경 총무는 “환자들은 반복적인 수술을 받으며 장기와 신체를 절단하고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희망을 포기하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꿈꾸는 국민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저인산효소증처럼 높은 조건으로 인해 치료제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은 치료제 '스트렌식'이 있음에도 만 19세 이전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진단 지연으로 인해 소아기부터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저인산효소증 환우회 김현주 대표는 “뼈와 치아, 근육, 전신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인해 일상을 통증과 골절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며 “승인된 치료제가 있지만 진단의 어려움, 비용의 장벽, 보험의 부재 등 현실적 이유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제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중 시행을 목표로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앞당길 수 있도록 심사 제도를 개정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연숙 과장이 연자로 나서 향후 도입할 개정안을 공유했다. 개정안은 크게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체계 마련 ▲약가관리 합리화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의 주요 내용으로는 희귀질환 치료제가 보험 급여를 받기까지 최대 240일이 걸렸던 것을 100일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급여기준 설정에 최대 150일이 걸렸던 것을 1개월 이내로 줄이고, 약가 협상에도 60일이 걸렸던 것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김연숙 과장은 "의약품의 임상적 효과뿐만 아니라 약가에 대한 부분도 많이 들여다보다 보니 급여기준 설정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경향이 있다"며 "비용의 경우 공단과의 협상 쪽에 무게를 더 두는 등, 급여기준 설정 시에는 비용 관련 검토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선안 발표에 대해 환자단체 또한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은 "이번 약가제도 개선 방안은 그동안 환자들이 수도 없이 요구해 왔던 치료제 접근성을 골자로 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개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변화를 괴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