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영국의 한 십 대 남성이 챗GPT를 이용해 자신의 희귀 질환인 길랑 바레 증후군을 발견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영국에 거주하는 카흘란 일스(17)는 감기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고 발이 파랗게 변해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카흘란에게 혈액 순환 질환인 레이노 증후군이라고 진단하며 보온에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카흘란은 증상이 점점 악화한다고 느꼈고, AI 챗봇인 챗GPT에 자신의 무기력, 감기 후유증, 발 색 변화 등 자신이 겪는 증상을 입력해 어떤 질환일지를 물었다. 챗GPT는 그의 증상을 분석해 길랑 바레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갈랑 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며, 초기에는 감기와 유사하지만 증상이 진행되면 하체부터 시작해 전신으로 마비가 퍼져나가는 질환이다.
챗GPT가 제시한 정보가 자신의 상태와 유사하다고 느낀 카흘란은 응급실로 향했고, 검사를 통해 길랑 바레 증후군으로 확진 받아 혈장 치료를 진행했다. 그는 “증상이 악화해서 인공지능에 증상을 입력했고, 길랑 바레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병원에서 '네 말이 맞다'고 했을 때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카흘란의 사례처럼 챗GPT가 희귀 질환을 정확하게 짚어낼 확률은 높지 않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연구팀은 챗GPT에 복잡하거나 희귀한 질환의 사례를 제시해 진단 정확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챗GPT는 최종 진단에 약 38%의 정확도를 보였고 대부분의 경우 암, 감염병과 같은 흔한 질환으로 오진했다.
게다가 오진을 내릴 때도 매우 단정적이고 설득력 있는 표현을 사용해 이용자들이 정확한 정보로 오인할 가능성이 컸다. 연구팀은 AI가 흔한 질병을 빠르게 진단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으나, 복잡하고 희귀한 질환에 대한 최종적인 진단 능력은 숙련된 의사를 대체할 수준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AI는 실제 의료진처럼 환자의 병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거나 실제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 카흘란의 사례도 AI가 병을 확진한 것이 아니라, 제시된 정보를 계기로 병원을 찾아 검사와 전문의 진단을 받은 끝에 확진이 내려진 것이다.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근거로, 스스로 치료법을 선택하거나 의료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한편, AI가 의사의 진료를 보조해 오류를 줄이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OpenAI는 케나 의료기관인 '펜다 헬스'와 협력해 AI가 의료 전문가의 보조 도구로 사용될 때 진료 오류를 줄이는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AI의 조언을 활용한 의사는 병명을 잘못 진단할 확률이 16% 감소하고, 환자의 병력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었다. 다만 이 방법은 평균 진료 시간이 늘어나 진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