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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안과 의사가 가족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해 시상식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휴진을 공지했다./사진=뉴시스(안내문), ​조선일보DB
일본의 한 안과 의사가 가족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아 시상식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휴진을 공지해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엑스(X·구 트위터)에는 ‘나고야 어느 안과 의사의 휴진 사유’라는 제목의 글과 휴진 안내문 사진이 올라왔다. 나고야시 북구 오소네 상점가에 있는 스미레노 안과 의원에서 병원 입구에 휴진 안내문을 게시했는데, 안내문에는 “가족이 노벨의학상을 수상해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12월 5일부터 13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 다녀오게 돼 휴진한다”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지만,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쓰여 있었다.

지난 10월 6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일본 오사카대 사카구치 시몬(74) 석좌교수를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메리 브렁코(64) 선임 매니저, 미국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프레드 람스델(65) 고문과 함께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이들은 자신을 공격하는 면역 세포를 억제하는 면역 안전장치인 ‘조절 T세포’의 존재와 기능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발견은 암 같은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등 새로운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들 중 사카구치 교수는 '조절 T세포'를 최초로 발견했다. T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서 병원체나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 세포를 감지하고 제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혈구로, 림프조직의 일종인 흉선에서 성숙한다. 흉선에서는 T세포가 정상 세포를 침입자로 오인하지 않도록 ‘면역관용’이라는 체내 작용을 형성한다. 간혹 이 작용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면역 세포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루푸스, 크론병, 류마티스 등의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다.

'조절 T세포'는 말초에서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지 감시하는 세포다. 중추 면역 관용이 제 역할을 못 해도, 조절 T세포 작용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억제하고, 자기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막으며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사카구치 교수는 1995년 흉선을 절제한 쥐에 다른 쥐로부터 배양한 특정 T세포를 주입했고, 자가면역질환이 발병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중추 면역 관용 외에 다른 면역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후 2003년 사카구치 박사는 조절 T세포를 작동시키는 핵심 유전자인 'Foxp3'가 조절 T세포 발달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 또한 발견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30번째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암도 고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며 “이 분야가 더 발전해 임상에서 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연구해 온 학생들과 공동 연구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향후 연구 계획은 할 수 있는 한 일을 계속하고 싶고, 기초 연구를 해왔지만 실제로 사람의 질환 치료나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도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한편, 노벨 생리의학상 시상식은 오는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