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뿐만 아니라 ‘맛을 어떻게 예상하느냐’가 조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난창대 건축디자인대 슈위안 교수팀은 조명색이 음식에 대한 정서적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여러 조명색을 비춘 음식의 이미지를 참가자에게 제시한 뒤, 참가자의 얼굴 미세표정 변화를 영상으로 수집했다. 이어 인공지능(AI) 기반 감정 분석 알고리즘으로 음식의 긍정 또는 부정 정서 점수를 수치화했다. “맛있어 보인다”, “덜 끌린다”와 같은 주관적 느낌을 단순 설문이 아니라 참가자의 표정 기반 생리적 데이터로 직접 계량화한 것이다.
연구 결과, 똑 같은 음식을 두고도 조명색에 따라 맛에 대한 기대감이 달라졌다. 따뜻한 색감의 조명 아래에선 ‘편안, 기대, 호감’ 등 긍정 감정 신호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차가운 색의 조명에선 식탐이 떨어지는 쪽으로 반응이 이동했다. 음식이 맛있는지는 혀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뇌가 먼저 만들어낸 심리 및 인지적 프레임 위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조명은 무의미한 배경 요소가 아니라 음식 선택 과정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감각 자극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레스토랑, 카페, 편의점 진열대에서 특정 톤의 조명을 선호하는 실제 산업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다”며 “이때 조명은 음식의 ‘맛’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해당 음식의 맛을 어떻게 해석할지 방향을 먼저 잡아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Food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