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간세포암(HCC) 환자에게 간이식과 간절제술 중 어떤 치료가 더 적합한지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모델을 개발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는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한지원 교수(교신저자)와 가톨릭의대 김현욱 학생(제1저자)이 주도했다. 두 치료법은 모두 간암의 표준 수술이지만, 공여자 부족과 환자별 간기능 차이 등으로 최적 치료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임상에서는 ‘회색지대’ 환자군을 정밀하게 분류할 도구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한국중앙암등록본부와 서울성모병원 자료를 합쳐 총 4529명(유도 3915명, 외부 검증 614명)을 분석했다. 인구학적 요인부터 종양 특성까지 30개 변수를 활용해 여러 AI 모델의 정확도를 비교했으며, 각 치료를 시행했을 때의 3년 생존율을 예측하도록 설계했다.
평가 결과, 간이식 예측에서는 지지벡터머신(SVM) 모델이 정확도 82%를 기록했고, 간절제술 예측에서는 캣부스트(CatBoost) 모델이 79%의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기존 임상적 결정과 비교했을 때, 모델 권고에 따른 치료를 적용하면 사망 위험이 5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AI 모델이 제시한 치료 방향도 주목된다. 기존에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74.7%는 간절제술로 재분류됐고, 간절제술 환자의 19.4%에게만 간이식이 권고됐다. 공여 장기가 제한적인 현실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이식을 줄이고 꼭 필요한 환자에게 자원을 배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모델이 기존 가이드라인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정량화된 치료 근거를 제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전향적 검증이 필요하지만,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한지원 교수는 “간절제술과 간이식 시행 시 예상되는 생존 결과를 환자별로 제시해 최적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과대학생이 고수준 AI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멘토링과 연구 역량이 결합한 결과”라며 “AI와 임상 지식을 겸비한 차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