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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이식을 받은 후 BK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이 수년 뒤 방광암으로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사진=더선, 클립아트코리아
신장 이식을 받은 후 BK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이 수년 뒤 방광암으로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4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사우샘프턴에 거주하는 팀 태벤더(51)는 2015년 신장이식을 받은 이후 BK 바이러스에 감염돼 독감 증상을 겪었다. 팀은 “면역억제제를 줄이는 것이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하지만 약을 줄이면 이식 거부 반응에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팀은 BK 바이러스를 4년 동안 치료해 이겨냈다. 하지만 그는 2년 후, 혈뇨를 보고 병원을 찾아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그의 암이 BK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BK 바이러스는 폴리오마바이러스과의 바이러스 중 하나로, 보통 5~9세 사이 처음 감염돼 성인 인구의 약 80%는 이미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 감염 직후에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신장과 요로 상피세포에 잠복해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팀의 사례처럼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신장 이식 환자는 BK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BK 바이러스 신병증을 유발하는데, 이로 인해 신장 기능 저하, 요관 협착, 간질성 신염 등이 발생하고, 심하면 이식 신장 소실로 이어진다. 계명대 의과대 연구팀에 따르면, 371명의 신장 이식 환자를 93개월간 관찰한 결과, 4%의 환자가 BK 바이러스 신병증을 진단받았고 이 중 60%는 이식 신장 소실로 이어졌다.

팀처럼 BK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지 않은 경우, 신장 이식 이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저널 ‘Transplantatio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BK 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하지 않은 환자가 BK 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한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는 경우. BK 바이러스혈증 발생 위험이 컸다. 연구팀은 기증자의 신장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으면 면역체계가 떨어진 수혜자에게 활성화 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BK 바이러스와 방광암 발병 사이의 새로운 연관성을 조명했다. 연구팀은 인간 요로 상피세포를 BK 바이러스에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해 세포가 바이러스를 방어하기 위해 작동시킨 항바이러스 반응이 오히려 DNA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주변 세포에서도 DNA 변형이 발견됐는데,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DNA 손상이 축적돼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장 이식을 받은 이후 BK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바이러스 검사를 통해 혈액과 소변 내 BK 바이러스 수치를 모니터링해 바이러스 활성화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 전반적인 면역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