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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신생아 B형간염 백신 접종 권고를 폐기하기로 했다. 이에 현지 전문가들과 제약사들은 백신에 대한 의심을 키우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권고안 채택 가능성 높아… 트럼프 “매우 좋은 결정”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신 정책을 결정하는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지난 5일(현지 시간) 신생아 B형간염 백신 접종 권고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위원회는 ‘바이러스 양성으로 나오는 1% 미만의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게만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안을 채택했다.

B형간염 백신은 신생아 감염을 최대한 빨리 차단하기 위해 생후 24시간 이내에 1차로 접종한다. 이후 1~2개월에 2차 접종, 6개월 내에 3차 접종까지 받는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에서는 아기가 생후 2개월이 될 때까지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의료진과 산모가 논의해 접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3회차 접종 전에도 B형간염 항체 검사를 받아 면역력 생성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해당 권고안은 CDC에 의해 최종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ACIP에는 의료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인사들이 참여하며, CDC 소장은 이러한 ACIP의 권고안을 대부분 채택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CIP의 이번 권고에 대해 “매우 좋은 결정”이라며 보건당국에 미국의 전체 백신 접종 계획을 재조정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소아과학회 “건전한 백신 정책과 거리 멀어”
학계에서는 이 같은 권고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미국소아과학회·미국감염병학회·미국의학협회 등 45개 의료전문가·환자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백신에 대한 의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건전한 백신 정책 추진과는 거리가 멀다”며 “B형간염 백신 권고 폐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소아과학회는 B형간염 백신 접종 시기를 늦추는 것의 명확한 이점이 없고, 오히려 신생아가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미국소아과학회 수잔 크레슬리 박사는 “B형간염 백신의 안전성이나 효능에 대해 의심할 새로운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사들 역시 우려를 나타냈다. MSD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며 “B형간염 백신 접종 폐기는 유아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GSK 또한 자사 백신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재확인하며 “의학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논의를 재개해 근거에 기반한 공중 보건 정책을 수립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권고를 채택한 예방접종자문위원회 위원 중 과반은 로버트 케네디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로 임명한 인사들로 알려졌다. 케네디 장관은 올 초 임명 이후부터 반(反)백신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