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나이아신아마이드, EGF, 바쿠치올, 글루타치온, 레티놀, 아데노좀… 시판 ‘기능성 화장품’들에서 한 번쯤 본 성분들이다. 최근 이런 성분들을 20~100%의 고농도로 함유한 ‘원액 앰플’이 널리 판매되고 있다.
제조·판매업체 측에서는 “기성품으로 나온 기능성 화장품은 핵심 원료가 소량 들어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며 “원액을 구매해 평소 쓰던 기초 제품에 한두 방울 섞기만 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농도 기능성 화장품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화장품에 대해 별다른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가, 이런 성분을 직접 배합해서 써도 효과와 안전성에 문제 없을까?
◇고농도라고 효과 좋은 것 아냐
우선 오해부터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 기능성 성분을 고농도로 함유할수록 화장품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박초희 교수는 “모든 성분은 초기에는 함량에 비례해 효과가 증가하다가, 일정 함량에 다다른 후로부터는 함량을 더 늘린대서 효과가 커지지 않는다”며 “기능성 성분을 다량 넣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나이아신아마이드, 알부틴, 비타민C 유도체(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레티놀, 아데노신 등 몇몇 성분을 기능성 성분으로 인정하고, 효능·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원료 함량(농도)을 고시하고 있다. 이들 성분을 ‘식약처 고시형 기능성 성분’이라고 하며, 화장품 제조사에서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 때에도 고시된 함량을 준수해야 한다. 고시된 함량 안에서 사용한다면 안전성과 효능·효과가 이미 입증됐다고 인정돼 심사가 면제되며 식약처에 화장품에 대한 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고시된 것보다 성분을 더 많이 넣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안전성과 효능·효과를 다시 심사받아야 한다. 이때에는 ▲단회투여독성시험자료 ▲1차피부자극시험자료 ▲안점막자극 또는 기타점막자극시험자료 ▲피부감작성시험자료 ▲광독성 및 광감작성 시험자료 ▲인체첩포시험자료 ▲인체누적첩포시험자료 등의 안전성 관련 자료와 ▲효력시험자료 ▲인체적용시험자료 등 효능·효과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기능성 성분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한 원액 앰플이, 실제로는 안전성이든 효과든 불분명한 것일 수도 있다. 식약처 고시 기능성 성분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안전성과 효능·효과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기능성을 심사받은 경우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한 화장품 제조사에서 펩타이드 원료 A를 넣은 화장품에 대해 식약처 심사 후 기능성을 인정받았다면, 소비자는 ‘펩타이드’ 자체가 기능성 성분이라고 인식하기 쉽다. 시중에서 아무 펩타이드 원액을 구매해 원래 화장품에 섞어서 쓰면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신이 산 원액이 사실 펩타이드 원료 B라면 원료 A와 같은 효과와 안전성을 지닐지 장담할 수 없다. 펩타이드는 고시형 성분이 아닌 만큼 식약처가 펩타이드라는 성분 자체에 대해 기능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없고, 원료 A에 대해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원액 앰플을 자신의 기존 화장품에 과도하게 섞어 사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자칫 홍반, 따가움, 피부염 같은 부작용을 겪는다. 연세스타피부과 강남점 김영구 대표원장은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적 농도를 넘어가면 오히려 자극만 증가할 수 있다”며 “피부는 지나친 고농도 성분을 흡수하지 못해 바로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가 배합한 성분들의 궁합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레티놀 원액을 사서 자신이 원래 쓰던 기초 화장품에 섞었는데, 알고 보니 기초 화장품에 비타민C가 들어있었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성분 모두 각질을 제거하는 성격이 있어 함께 쓰면 피부 표면이 지나치게 깎여나가 예민해진다.
◇농도 외에 제형·산도도 중요… “완제품 사용이 바람직”
제조사에서 배합을 거쳐 내놓은 ‘완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중의 생각과 달리 화장품의 성능은 ‘기능성 성분의 농도’만이 좌우하는 게 아니다. 김영구 대표원장은 “화장품에 함유된 성분이 피부에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하려면 산도, 농도, 점도, 보존 방식, 성분 간의 궁합까지 세심하게 맞춰야 한다”며 “특히 흡수율과 안전성은 제형과 공정 기술이 좌우하므로 집에서 임의로 원액을 기존 화장품에 섞어 쓰기보다는 pH·안정성·자극성 테스트까지 거친 완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농도를 제대로 조절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박초희 교수는 “일반인이 집에서 스스로 화장품 농도를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호호바 오일처럼 피부 보습에 도움되는 친수성 오일은 원액을 구매해서 자신의 원래 화장품에 섞어서 써볼 수 있지만, 다른 성분은 원액을 구매해서 자체적으로 배합하길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장품법 제2조 1항은 화장품을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도 화장품으로 피부를 극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능성 성분을 과도하게 배합해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피부가 망가질 수 있다. 김영구 대표원장은 “사용 초기에는 괜찮다가, 5~7일 후에 갑자기 따가움, 붉어짐, 가려움, 열감, 발진,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생길 때에도 화장품 성분에 의한 자극이나 알레르기를 의심할 수 있다”며 “사용한 지 3주 이후에 가려움증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지연성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으니 화장품 사용을 중단하고 피부과 전문의에게 상담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판매업체 측에서는 “기성품으로 나온 기능성 화장품은 핵심 원료가 소량 들어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며 “원액을 구매해 평소 쓰던 기초 제품에 한두 방울 섞기만 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농도 기능성 화장품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화장품에 대해 별다른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가, 이런 성분을 직접 배합해서 써도 효과와 안전성에 문제 없을까?
◇고농도라고 효과 좋은 것 아냐
우선 오해부터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 기능성 성분을 고농도로 함유할수록 화장품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박초희 교수는 “모든 성분은 초기에는 함량에 비례해 효과가 증가하다가, 일정 함량에 다다른 후로부터는 함량을 더 늘린대서 효과가 커지지 않는다”며 “기능성 성분을 다량 넣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나이아신아마이드, 알부틴, 비타민C 유도체(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레티놀, 아데노신 등 몇몇 성분을 기능성 성분으로 인정하고, 효능·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원료 함량(농도)을 고시하고 있다. 이들 성분을 ‘식약처 고시형 기능성 성분’이라고 하며, 화장품 제조사에서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 때에도 고시된 함량을 준수해야 한다. 고시된 함량 안에서 사용한다면 안전성과 효능·효과가 이미 입증됐다고 인정돼 심사가 면제되며 식약처에 화장품에 대한 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고시된 것보다 성분을 더 많이 넣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안전성과 효능·효과를 다시 심사받아야 한다. 이때에는 ▲단회투여독성시험자료 ▲1차피부자극시험자료 ▲안점막자극 또는 기타점막자극시험자료 ▲피부감작성시험자료 ▲광독성 및 광감작성 시험자료 ▲인체첩포시험자료 ▲인체누적첩포시험자료 등의 안전성 관련 자료와 ▲효력시험자료 ▲인체적용시험자료 등 효능·효과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기능성 성분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한 원액 앰플이, 실제로는 안전성이든 효과든 불분명한 것일 수도 있다. 식약처 고시 기능성 성분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안전성과 효능·효과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기능성을 심사받은 경우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한 화장품 제조사에서 펩타이드 원료 A를 넣은 화장품에 대해 식약처 심사 후 기능성을 인정받았다면, 소비자는 ‘펩타이드’ 자체가 기능성 성분이라고 인식하기 쉽다. 시중에서 아무 펩타이드 원액을 구매해 원래 화장품에 섞어서 쓰면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신이 산 원액이 사실 펩타이드 원료 B라면 원료 A와 같은 효과와 안전성을 지닐지 장담할 수 없다. 펩타이드는 고시형 성분이 아닌 만큼 식약처가 펩타이드라는 성분 자체에 대해 기능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없고, 원료 A에 대해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원액 앰플을 자신의 기존 화장품에 과도하게 섞어 사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자칫 홍반, 따가움, 피부염 같은 부작용을 겪는다. 연세스타피부과 강남점 김영구 대표원장은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적 농도를 넘어가면 오히려 자극만 증가할 수 있다”며 “피부는 지나친 고농도 성분을 흡수하지 못해 바로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가 배합한 성분들의 궁합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레티놀 원액을 사서 자신이 원래 쓰던 기초 화장품에 섞었는데, 알고 보니 기초 화장품에 비타민C가 들어있었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성분 모두 각질을 제거하는 성격이 있어 함께 쓰면 피부 표면이 지나치게 깎여나가 예민해진다.
◇농도 외에 제형·산도도 중요… “완제품 사용이 바람직”
제조사에서 배합을 거쳐 내놓은 ‘완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중의 생각과 달리 화장품의 성능은 ‘기능성 성분의 농도’만이 좌우하는 게 아니다. 김영구 대표원장은 “화장품에 함유된 성분이 피부에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하려면 산도, 농도, 점도, 보존 방식, 성분 간의 궁합까지 세심하게 맞춰야 한다”며 “특히 흡수율과 안전성은 제형과 공정 기술이 좌우하므로 집에서 임의로 원액을 기존 화장품에 섞어 쓰기보다는 pH·안정성·자극성 테스트까지 거친 완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농도를 제대로 조절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박초희 교수는 “일반인이 집에서 스스로 화장품 농도를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호호바 오일처럼 피부 보습에 도움되는 친수성 오일은 원액을 구매해서 자신의 원래 화장품에 섞어서 써볼 수 있지만, 다른 성분은 원액을 구매해서 자체적으로 배합하길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장품법 제2조 1항은 화장품을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도 화장품으로 피부를 극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능성 성분을 과도하게 배합해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피부가 망가질 수 있다. 김영구 대표원장은 “사용 초기에는 괜찮다가, 5~7일 후에 갑자기 따가움, 붉어짐, 가려움, 열감, 발진,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생길 때에도 화장품 성분에 의한 자극이나 알레르기를 의심할 수 있다”며 “사용한 지 3주 이후에 가려움증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지연성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으니 화장품 사용을 중단하고 피부과 전문의에게 상담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