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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복용 중인 약이 있을 땐 평상시에 잘 마시던 음료라도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몽주스를 조심해야 한다. 캐나다의학협회 학술지 CMAJ에 게재된 영국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자몽과 상호 작용하는 약물의 종류는 알려진 것만 85종이 넘는다. 내가 복용 중인 약이 자몽으로 인해 약효가 떨어지거나, 뜻밖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자몽의 영향을 받는 약 중 하나가 바로 고혈압약이다. 자몽과 자몽 주스에 들어있는 푸라노쿠마린(furanocoumarin)은 CYP3A4라는 몸속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이에 CYP3A4가 대사에 관여하는 약물을 복용할 때 자몽을 먹으면, 약물 대사가 원활히 일어나지 않아 약물의 혈중 농도가 치솟으며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 ▲니페디핀(nifedipine) ▲펠로디핀(felodipine) ▲니솔디핀(nisoldipine) 등 칼슘길항제 계열의 고혈압약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칼슘길항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자몽 주스를 마실 경우 약물의 최고 혈중 농도 상승률이 200~400%에 달할 수도 있다. 정상 용량의 2~4배를 복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들 약을 자몽 주스와 동시에 섭취했을 때 가장 강하게 나타나지만, 자몽 주스를 마신 지 24시간 후에 약을 먹어도 약물의 혈중 농도가 정상치보다 높아진다.


실제로 2009년 미국 존스홉킨대 연구팀은 자몽 주스와 혈압약을 함께 먹으면 체내 약물 농도가 세 배가량 높아지고, 지나친 저혈압으로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미국임상영양학저널에 보고했다. 자몽 주스에 들어있는 푸라노쿠마린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조심해야 할 것은 자몽 주스뿐만이 아니다. 약을 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물과 복용할 때보다 체내흡수량, 최고 혈중 농도, 소변 배출량이 30~40% 감소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인 펙소페나딘(fexofenadine)을 물 그리고 자몽·오렌지·사과 등 세 종류의 과일 주스와 섭취한 후 생체이용률 관련 지표를 비교한 결과다.

약은 충분한 약의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는 게 가장 좋다. 애초에 약은 미지근한 물을 이용해 개발하기 때문에 정확한 약효를 얻고 싶다면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어야 한다. 차가운 물은 위 점막 흡수력을 저하할 수 있다. 물의 양은 250~300mL가 바람직하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약이 식도에서 녹아 식도 궤양이 생길 수도 있고, 약 흡수 속도가 느려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