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정표]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요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들 중에 “대인관계가 어렵고 두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학교나 직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안하고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호소한다. 단순히 내향적인 성격이라기보다 타인의 평가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불안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다수다.
대인관계에서의 불안이 심해지면 직장이나 학교뿐 아니라 친구 관계까지 끊기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상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는 이를 ‘6개월 이상 사회적 활동을 중단하고 방 안에 머무는 상태’로 정의했다. 흔히 게으르다고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회피 성향, 완벽주의, 자존감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리적 문제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약 54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7조 원에 달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동영상 시청이나 온라인 활동으로 보내고 스스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느낀다. 응답자의 75%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 환자는 “10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방 안에서만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긴 취업 기간 이외에도 학교폭력, 가정폭력, 혹은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알코올 중독과 같은 정신질환이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밖으로 나가라’는 조언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불안을 줄이고 사회와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은 나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나가기가 무서운 것’이다. 가족은 억지로 끌어내기보다 먼저 안전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우울이나 불안이 심한 경우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왜곡된 생각을 교정시켜주고 사회 복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좋다.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온라인 접속 시간을 줄이며 하루 10분이라도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한 걸음 나아갔다가 다시 멈추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신뢰와 자신감은 서서히 되살아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혼자서도 잘 살아야 한다”, “외로움은 견뎌야 한다”는 말이 하나의 생활 철학처럼 퍼져 있다.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서적은 ‘혼자 있는 힘’을 강조하고 SNS에는 ‘혼밥 챌린지’가 유행한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하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정신적 성숙의 지표로 보았다. 혼자 있어도 마음속에 나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사람은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나만의 회복 시간’, ‘감정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외로움을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 힘든 이유는 타인의 인정과 정서적 지지가 사라지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힘을 기르려면 더 많은 성취나 능력 과시보다 자신을 믿고 자기와 친해지고 자기를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잘 살라’는 말이 곧 ‘관계를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자극을 필요로 한다. 80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성인발달연구에 따르면, 인생의 행복과 건강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돈도 명예도 아닌 인간관계의 질이었다. 관계가 끊어지는 사회적 고립은 조기 사망 확률을 높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은 하루 15개비의 흡연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건강한 삶이란 고독과 인간관계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완전히 혼자가 되면 마음이 메말라가지만 너무 많은 관계 속에 있으면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 스스로에게 맞는 관계의 폭과 깊이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답은 없겠지만 가끔 마주하는 느슨한 인간관계와 자주 보는 깊고 편안한 관계 몇 개면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관리하며 다독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들이 묻는다.
“이렇게 혼자서도 괜찮을 수 있을까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혼자는 좋지 않습니다.”
적절한 고독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지만 지나친 고립은 병이 될 수 있다. 쉽진 않겠지만 혼자 있을 수 있는 힘과 필요할 때 연결될 수 있는 용기-그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우리의 정신은 건강하게 숨 쉰다.
요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들 중에 “대인관계가 어렵고 두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학교나 직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안하고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호소한다. 단순히 내향적인 성격이라기보다 타인의 평가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불안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다수다.
대인관계에서의 불안이 심해지면 직장이나 학교뿐 아니라 친구 관계까지 끊기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상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는 이를 ‘6개월 이상 사회적 활동을 중단하고 방 안에 머무는 상태’로 정의했다. 흔히 게으르다고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회피 성향, 완벽주의, 자존감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리적 문제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약 54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7조 원에 달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동영상 시청이나 온라인 활동으로 보내고 스스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느낀다. 응답자의 75%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 환자는 “10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방 안에서만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긴 취업 기간 이외에도 학교폭력, 가정폭력, 혹은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알코올 중독과 같은 정신질환이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밖으로 나가라’는 조언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불안을 줄이고 사회와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은 나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나가기가 무서운 것’이다. 가족은 억지로 끌어내기보다 먼저 안전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우울이나 불안이 심한 경우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왜곡된 생각을 교정시켜주고 사회 복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좋다.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온라인 접속 시간을 줄이며 하루 10분이라도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한 걸음 나아갔다가 다시 멈추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신뢰와 자신감은 서서히 되살아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혼자서도 잘 살아야 한다”, “외로움은 견뎌야 한다”는 말이 하나의 생활 철학처럼 퍼져 있다.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서적은 ‘혼자 있는 힘’을 강조하고 SNS에는 ‘혼밥 챌린지’가 유행한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하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정신적 성숙의 지표로 보았다. 혼자 있어도 마음속에 나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사람은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나만의 회복 시간’, ‘감정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외로움을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 힘든 이유는 타인의 인정과 정서적 지지가 사라지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힘을 기르려면 더 많은 성취나 능력 과시보다 자신을 믿고 자기와 친해지고 자기를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잘 살라’는 말이 곧 ‘관계를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자극을 필요로 한다. 80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성인발달연구에 따르면, 인생의 행복과 건강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돈도 명예도 아닌 인간관계의 질이었다. 관계가 끊어지는 사회적 고립은 조기 사망 확률을 높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은 하루 15개비의 흡연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건강한 삶이란 고독과 인간관계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완전히 혼자가 되면 마음이 메말라가지만 너무 많은 관계 속에 있으면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 스스로에게 맞는 관계의 폭과 깊이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답은 없겠지만 가끔 마주하는 느슨한 인간관계와 자주 보는 깊고 편안한 관계 몇 개면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관리하며 다독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들이 묻는다.
“이렇게 혼자서도 괜찮을 수 있을까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혼자는 좋지 않습니다.”
적절한 고독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지만 지나친 고립은 병이 될 수 있다. 쉽진 않겠지만 혼자 있을 수 있는 힘과 필요할 때 연결될 수 있는 용기-그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우리의 정신은 건강하게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