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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0대 여성이 백내장 수술 후 안내염으로 시력이 저하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수술 건수 1위 질환인 백내장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 이후 대부분이 한 번쯤 받는 흔한 수술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이라는 게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백내장 수술도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대표적인 고위험 합병증으로는 ‘감염성 안내염’이 있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백내장 수술 후 안내염으로 시력이 저하된 50대 여성 A씨의 의료분쟁 사건을 정리했다.

◇사건 개요
2017년 1월, 50대 여성 A씨는 오른쪽 눈의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B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노년성 백내장 ▲급성 결막염 ▲규칙 난시 등의 진단을 받았다. 다음 날 오른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의료진 권유에 따라 4일 뒤 왼쪽 눈도 수술을 진행했다.

며칠 후 왼쪽 눈에 통증과 삼출물(혈관을 통해 여과되는 액체)이 발생했다. B병원은 "수술 과정에서 인공수정체에 균열이 생겨 균이 침투했고, 이로 인해 감염성 안내염이 발생했다"고 설명하며 상급 병원 진료를 의뢰했다. 안내염은 안구 내부에 발생하는 염증으로, 치료가 지연되면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A씨는 상급 병원인 C대학병원에서 유리체 절제술·전방 세척술·유리체 내 항생제 주입술 등을 받았지만, 시력은 측정 불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양검사에서는 피부 상재균인 표피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A씨는 자신이 왼쪽 눈 수술을 원치 않았으며, 병원의 감염관리·사후 관찰·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며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병원 "환자 동의 후 수술… 피부에 있던 균으로 감염된 것"
B병원 측은 "오른쪽 눈 통증으로 내원했을 당시 검사에서 왼쪽 눈에도 이미 진행된 백내장이 있었고, '수술하는 기회에 같이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다”며 “환자가 동의한 뒤 수술을 진행했다"고 했다. 또한 안내염은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도 약 0.1% 수준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표피포도상구균은 인간 피부에도 상존하는 균이라는 점을 들어 감염관리와 별개로 환자 피부에 상주하는 균으로 인해 감염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역시 감염 자체만으로 병원의 과실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표피포도상구균이 피부 상재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술 과정에서 감염 예방을 소홀히 했다'는 별도의 증거가 없는 한 감염 자체만으로 병원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 대응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안내염은 드물지만 일단 발생하면 시력 저하나 실명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삼출물·통증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난 즉시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이뤄졌어야 한다. 그럼에도 B병원은 경과 관찰에만 머무르며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조정 위원회는 이러한 감정 결과를 토대로 B병원의 미흡한 초기 대응이 A씨의 시력 소실로 이어졌다고 보고, A씨에게 1300만 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조정을 성립했다.

◇안내염, 조기 치료 놓치면 실명 위험… 점안·위생·응급 대응 필수
안내염은 백내장 수술 후 가장 위험한 합병증으로, 수술 직후 또는 1개월 이내에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처방된 항생제를 제때 점안하지 않거나, 눈 위생을 유지하지 못해 외부 균이 유입되면 2차 감염의 위험이 커진다.

안내염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수술 후 통증·시력 저하·심한 충혈이 나타날 때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밝은눈안과 강남 천현철 원장은 "안내염이 의심되면 절대 눈을 비비거나 자극해서는 안 되고, 안대를 하고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감염성 안내염으로 진단되면 신속한 수술이 예후를 좌우한다. 눈 속의 고름과 미생물을 제거한 뒤 항생제를 주입하면 대부분 회복되지만, 진단·치료가 늦어지면 미생물이 빠르게 증식해 시신경을 손상시키고 영구적인 시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수술 중 채취한 검체 배양 결과에 따라 항생제 종류·예후가 결정되므로 배양 검사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