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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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넬로피는 2017년 심장외위증이라는 희귀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사진=더 선
심장은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는 생명 유지의 필수 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가슴 중앙에서 약간 왼쪽, 흉골 뒤에 위치하고 있지만,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있다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에서 심장이 흉곽 밖에 위치한 상태로 태어나 생존한 아이의 사례가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BBC에 따르면, 바넬로피 호프 윌킨스는 2017년 11월 22일 심장외위증(ectopia cordis)이라는 희귀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심장외위증은 심장이 갈비뼈와 흉강 안에 위치하지 않고 흉곽 외부의 피부밑에 노출되는 매우 드문 선천성 기형으로, 심장 주변의 다른 장기나 구조의 기형을 동반하기도 한다. 백만 명의 출산 중 단 몇 건만 발생하며 대부분이 사망한 채 태어나거나 태어나더라도 며칠 내에 사망한다.

바넬로피 역시 심장이 얇은 한 겹의 피부층으로만 덮여 있어 제대로 보호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나오미 핀들리는 9주 차 초음파 검사에서 바넬로피의 심장외위증 진단과 과 함께 의사로부터 임신 중단을 권고받았다. 그러나 부모는 바넬로피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바넬로피는 영국 레스터의 글렌필드 병원에서 5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한 가운데, 800만분의 1이라는 낮은 확률을 뚫고 태어났다. 이는 영국에서 심장외위증을 가지고 생존한 상태로 태어난 첫 사례였다. 바넬로피는 태어난 지 불과 50분 만에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가슴 부근의 구멍을 피부로 메우는 추가 수술을 견뎌냈다. 14개월의 집중 치료 끝에 바넬로피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가정 복귀 후에도 바넬로피는 항상 가슴에 심장을 보호하기 위한 보조 기구를 착용하고, 24시간 일대일 돌봄을 받아야 했다. 레스터 대학병원 NHS 재단 소속 의료진은 7년 동안 그의 심장 성장과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들은 갈비뼈를 활용해 심장을 안전하게 감싸 보호할 수 있는 흉부 구조물 제작 계획을 세웠다.


2025년 4월, 레스터 로열 인퍼머리 산하 이스트 미들랜즈 선청성 심장센터에서 7세가 된 바넬로피를 위한 복합 수술이 진행됐다. 소아외과, 선천성 심장외과, 흉부외과 전문의 등이 수술에 참여했다. 그들은 우선 바넬로피의 심장과 폐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하는 체외막산소화(ECMO) 기기를 장착했다. 이후 심장과 폐동맥을 얇은 피부층에서 조심스럽게 분리한 뒤 양쪽 갈비뼈를 절제하고 심장을 흉곽 안으로 이동시켜 심장이 보호될 수 있도록 했다. 9시간이 걸린 흉곽 재건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수술을 집도한 심장외과 전문의 이케나 오메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바넬로피의 경우는 완전히 독특하고 드물기 때문에 의료진의 전문 지식을 총동원하고 여러 기술을 결합해 수술을 수행했다”며 “까다롭고 긴 여정이었지만 성공해 정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나오미 핀들리는 “수술 전에 작별 인사를 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지만 수술 후 의료진의표정에서 수술이 잘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그들이 한 일이 놀랍고, 모든 분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현재 바넬로피는 퇴원 후 현재 집에서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의료진은 앞으로 바넬로피가 추가 수술과 가슴 보호용 보조 기구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