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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부평구 십정동 한 공영주차장에서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30대 여성과 2살 딸이 크게 다쳤다. 사진은 기사 사례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령 운전자 141명이 사용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분석한 결과 3개월 동안 페달 오조작 의심 사례가 70회 넘게 확인됐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7~9월 고령 운전자 141명에게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지급해 시범운영한 결과 의심 건수가 총 71건 집계됐다. 시속 15km 이하 주행 중 가속 페달을 80% 이상 밟거나 주행 중 급가속으로 4500rpm(분당 엔진 회전수)에 도달한 경우 이에 포함됐다. 다만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작동돼 불상사는 원천 차단됐다. 이 장치는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시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차량이 스스로 출력을 제어해 갑작스러운 돌진을 막는 장치다. 경찰청은 다음 달 1일부터 서울 등 7개 광역시 고령 운전자 730명을 대상으로 2차 보급사업 대상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고령층의 페달 오조작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부천 제일시장에서 67세 트럭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아 상가로 돌진해 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인천 부평에서도 지난 18일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30대 여성과 2살 딸이 크게 다쳤다. 고령 운전자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지난해 4만2369건으로, 2020년(3만172건)보다 3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했지만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은 14.8%에서 21.6%로 늘었다.


고령 운전사고 증가의 배경에는 노화에 따른 신체·인지 기능 저하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는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면 뇌 영역이 감소하며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며 “갑자기 앞 차가 끼어들거나 급정거를 할 때 반응 속도가 느려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못해 추돌사고가 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재활원이 가상현실을 이용한 도로 주행 검사를 실시한 결과 돌발 상황에서 젊은 운전자의 반응 시간은 0.7초였지만, 고령자는 1.4초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퇴행성 질환도 운전 능력을 떨어뜨린다. 도로교통법령과 의학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총 23개 질환이 운전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령 운전자의 시야각은 40% 이상 축소돼 주변 신호에 둔감해지며, 빨간색과 파란색을 판독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청력도 65세 이상부터 30% 이상 손실돼 주변 상황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