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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23년 7월 14일 뉴욕대학교 랭곤 메디컬 센터에서 뇌사자인 모리스 밀러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했다/사진=CNN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했을 때 발생하는 면역 거부 반응을 두 차례 연속 되돌리는 데 성공한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뉴욕대 랑곤 이식연구소 로버트 몽고메리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한 뒤 61일 동안 장기 기능을 유지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한 두 가지 거부 반응을 모두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유전자 변형 돼지 장기가 뇌사자에게서 생존한 최장기간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 신장, 간을 포함한 장기를 이식받은 사례는 드물다. 사례 대부분은 장기 기능이 곧 상실되거나 면역억제 치료를 견딜 만큼 충분한 효과를 제공하지 못해 장기를 제거했고, 일부 수혜자들은 이식 직후 사망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2023년 7월 14일 뉴욕대학교 랭곤 메디컬 센터에서 뇌사자인 모리스 밀러(57)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했다. 이식 직후 신장은 정상적으로 소변을 배출하며 작동했다. 그러나 수술 33일 후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됐다. 생체검사 결과 항체에 의해 신장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손상됐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환자의 혈장을 교체하고 스테로이드와 페그세타코플란을 투여해 면역 체계가 돼지 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막았고, 신장 기능은 다시 회복됐다.

그러나 49일째 되는 날 또 다른 거부 반응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T세포가 신장 표면으로 침투하는 세포 매개 면역 반응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T세포를 고갈시켜 신장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했고, 신장 기능이 다시 회복됐다. 연구팀은 계획된 61일째에 실험을 종료했다.


연구팀은 매일 혈액·체액·생체검사 분석을 시행해 거부 반응을 유발하는 특정 세포와 항체를 식별했다. 연구팀은 돼지 장기가 인간 면역 체계에 이물질로 인식되는 유전자를 많이 발현하고, 이로 인해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에 반응하는 T세포가 기존 예상보다 거부 반응에서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고밀도 추적, 데이터 수집 덕분에 두 번의 장기 거부 반응을 기존 방식보다 약 5일 빠르게 포착할 수 있었다. 몽고메리 교수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생체검사, 혈액 샘플, 체액 샘플 채취 등을 통해 매우 밀도 높은 데이터 세트를 확보하고, 면역 반응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장기 이식 수요를 기존 장기 기증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장기 기증 네트워크(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10만8000명 이상이지만, 2024년 실제 이식을 받은 사람은 이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한국 장기 이식 대기자는 4만6416명이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2024년도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 기증자는 3931명에 그쳤다.

이번 사례는 이종 이식이 단순히 장기 생존 기간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거부 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연구로 평가된다. 몽고메리 교수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유전자 편집 돼지 장기가 인간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결과가 여러 환자에게서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연구팀이 앞으로 20명의 추가 환자에게 돼지 장기 이식을 위한 면역 조절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례는 네이처(Nature)에 지난 11월 13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