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남권에서 18년 동안 지역 산모들의 출산을 맡아왔던 예담산부인과가 분만 진료를 중단한다고 이달 초 밝혔다. 저출산 심화로 병원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지역 분만 인프라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담산부인과는 입장문에서 “우리 병원은 2007년 개원한 이래 관저동·가수원동·진잠동 일대와 계룡시, 논산 지역의 분만을 18년간 담당해 왔다”며 “하지만 수년 전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해 2024년 합계 출산율이 0.748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낮은 출산율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지역 분만을 담당하려 노력했으나, 이제는 24시간 병원을 운영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진료받고 계신 많은 산모 분들께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예담산부인과는 분만 진료를 오는 12월 19일 종료하지만, 산전·산후 외래 진료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출생아 수 감소로 분만 병원 경영 자체가 어려운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전국 병원 등에서 이뤄진 분만을 분석한 결과 251개 시군구 중 연간 분만 건수가 10건 미만인 곳이 38.6%인 97곳에 달했다. 애초에 분만 병원을 유지하기가 힘든 지역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분만이 이뤄진 병원을 확인한 결과 428곳으로 10년 전 675개에서 3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분만 병원을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 분만 전문 병원 한 곳을 24시간 운영하려면 산부인과 의사 3~4명과 분만실·수술실·입원실·신생아실 간호 인력 15여 명을 3교대로 배치해야 한다. 여기에 외래 진료실, 검사실, 원무·총무, 시설·주차 관리, 영양·조리, 청소·세탁, 보안 인력까지 더하면 수십 명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분만이 한 달에 몇 건 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분만 수가로 인건비와 임대료, 장비 유지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이 결국 산모와 태아의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분만은 평소 건강하던 산모에게도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대량출혈 대응이 가능한 병원이 필요하다. 조산아나 호흡곤란이 있는 신생아는 즉시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있는 상급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지방이나 소도시에서는 이송 시간 자체가 위험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