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 우울증 클리닉]
“아침에 잠에서 깨기 힘들어요. 추워지면서 자꾸 늦잠을 자게 돼요!” 요즘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눈을 떠도 몸이 무겁고, 한참을 이불 속에서 버티다 겨우 일어난다. 여름에는 알람 소리가 들리면 가볍게 일어났는데, 왜 겨울만 되면 이렇게 피곤할까? 새벽 기온이 떨어져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어서일 수도 있고, 해가 늦게 뜨니 움직이기 여의치 않은 탓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 몸은 겨울이 되면 실제로 더 많은 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독일 세인트 헤드비히 병원 수면 클리닉의 디터 쿤츠 박사는 일주기 리듬의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연구팀은 188명의 참가자의 수면 패턴을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1년 동안 관찰했는데, 그 결과 피검자들은 6월보다 12월에 평균 한 시간 더 오래 잤고, 꿈을 꾸는 급속 안구운동 (REM) 수면 역시 여름보다 겨울에 30분 더 길었다.
이런 현상은 진화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문명이 발달하기 훨씬 전, 우리 조상들은 겨울에는 여름만큼 부지런히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추운 새벽에 사냥을 나가 봐야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유전적 습성이 지금도 남아, 겨울에는 조금 더 오래 자고 휴식을 취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동물처럼 동면하지는 않지만, 추워지면 조금 더 잠을 자도록 설계된 존재일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겨울에도 학생은 제 시간에 등교해야 하고, 직장인은 아침 회의에 맞춰 일찍 출근해야 한다. “추워져서 일어나기 힘드니까, 늦잠 좀 자게 출근 시간을 늦춰달라”고 투정부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날씨가 따뜻할 때 만들어 놓은 수면 패턴을 겨울에도 똑같이 고수하는 것은 몸의 리듬과 어긋난다. 등교와 출근 시간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만큼, 겨울에는 생체의 수면 요구량 증가를 고려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다만, 평소보다 일찍 자려 해도 쉽게 잠들지 못할 수 있다. 불면증이 있다면 더 그럴 테다. 이럴 때는 자신만의 취침 루틴을 개발해야 한다.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복식호흡이나 스트레칭, 기도나 명상처럼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습관을 들여보자. 걱정이 많다면 낮에 미리 생각과 해결책을 기록해두자. 이렇게 하면 괜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잠들기 어려워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잠자기 두 시간 전엔 밝은 빛을 피하고, 휴대폰은 멀리 치워둬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최소 10~15분 동안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졸음이 찾아온다.
아침잠이 늘어난 데는 심리적 이유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이 온종일 침대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다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온 적이 있었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취업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다 보니 ‘할 일도 없는데 일어나서 뭐해, 잠이나 자는 게 마음이 편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쉬이 오르지 않는 학생이나, 열심히 일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직장인도 쉽게 이런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럴 땐 과다 수면이 심리적 회피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늦잠을 잔다고 기운이 저절로 솟아나지 않는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나면 ‘남들은 일하고 공부하는데, 나는 침대에 누워 잠만 자고 있구나’라는 자책감이 밀려온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자신만 뒤처진 듯한 소외감에 휩싸인다. 결국 우울감은 더 깊어진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잠으로 도망치지 말고 내 인생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만 더 내디뎌보자”라고 자신을 다독여야 한다.
춥다고 해서 무작정 움츠러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활동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남들은 눈꽃이 핀 산을 오르고, 찬바람이 쌩쌩 불어도 캠핑하며 고기도 구워 먹던데… 내 꼴은 이게 뭐야’라고 낙담하지 말자. 날씨도 춥고, 내 몸이 감당하지도 못할 정도의 취미를 부러워할 필요 없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주변에서 찾아보자. 스릴 넘치는 소설 읽고, 따끈한 스프를 만들어 먹고, 찬바람을 막아주는 패딩과 장갑으로 무장하고 집 주변을 산책하자. 뜨개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봄이 찾아왔을 때 해보고 싶을 일들을 노트에 적어봐도 좋겠다. 지금 이 계절을 받아들이며 조금 느리고 평온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나가면 된다.
독일 세인트 헤드비히 병원 수면 클리닉의 디터 쿤츠 박사는 일주기 리듬의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연구팀은 188명의 참가자의 수면 패턴을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1년 동안 관찰했는데, 그 결과 피검자들은 6월보다 12월에 평균 한 시간 더 오래 잤고, 꿈을 꾸는 급속 안구운동 (REM) 수면 역시 여름보다 겨울에 30분 더 길었다.
이런 현상은 진화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문명이 발달하기 훨씬 전, 우리 조상들은 겨울에는 여름만큼 부지런히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추운 새벽에 사냥을 나가 봐야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유전적 습성이 지금도 남아, 겨울에는 조금 더 오래 자고 휴식을 취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동물처럼 동면하지는 않지만, 추워지면 조금 더 잠을 자도록 설계된 존재일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겨울에도 학생은 제 시간에 등교해야 하고, 직장인은 아침 회의에 맞춰 일찍 출근해야 한다. “추워져서 일어나기 힘드니까, 늦잠 좀 자게 출근 시간을 늦춰달라”고 투정부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날씨가 따뜻할 때 만들어 놓은 수면 패턴을 겨울에도 똑같이 고수하는 것은 몸의 리듬과 어긋난다. 등교와 출근 시간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만큼, 겨울에는 생체의 수면 요구량 증가를 고려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다만, 평소보다 일찍 자려 해도 쉽게 잠들지 못할 수 있다. 불면증이 있다면 더 그럴 테다. 이럴 때는 자신만의 취침 루틴을 개발해야 한다.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복식호흡이나 스트레칭, 기도나 명상처럼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습관을 들여보자. 걱정이 많다면 낮에 미리 생각과 해결책을 기록해두자. 이렇게 하면 괜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잠들기 어려워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잠자기 두 시간 전엔 밝은 빛을 피하고, 휴대폰은 멀리 치워둬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최소 10~15분 동안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졸음이 찾아온다.
아침잠이 늘어난 데는 심리적 이유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이 온종일 침대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다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온 적이 있었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취업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다 보니 ‘할 일도 없는데 일어나서 뭐해, 잠이나 자는 게 마음이 편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쉬이 오르지 않는 학생이나, 열심히 일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직장인도 쉽게 이런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럴 땐 과다 수면이 심리적 회피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늦잠을 잔다고 기운이 저절로 솟아나지 않는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나면 ‘남들은 일하고 공부하는데, 나는 침대에 누워 잠만 자고 있구나’라는 자책감이 밀려온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자신만 뒤처진 듯한 소외감에 휩싸인다. 결국 우울감은 더 깊어진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잠으로 도망치지 말고 내 인생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만 더 내디뎌보자”라고 자신을 다독여야 한다.
춥다고 해서 무작정 움츠러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활동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남들은 눈꽃이 핀 산을 오르고, 찬바람이 쌩쌩 불어도 캠핑하며 고기도 구워 먹던데… 내 꼴은 이게 뭐야’라고 낙담하지 말자. 날씨도 춥고, 내 몸이 감당하지도 못할 정도의 취미를 부러워할 필요 없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주변에서 찾아보자. 스릴 넘치는 소설 읽고, 따끈한 스프를 만들어 먹고, 찬바람을 막아주는 패딩과 장갑으로 무장하고 집 주변을 산책하자. 뜨개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봄이 찾아왔을 때 해보고 싶을 일들을 노트에 적어봐도 좋겠다. 지금 이 계절을 받아들이며 조금 느리고 평온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