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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가 깨졌다면 치과에서 파절 범위를 진단받아 치료 필요성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64세 여성 A씨는 어느 날 밥을 먹다 송곳니 옆 치아의 3분의 1이 부러졌다. 평소 치아나 잇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안쪽 치아라 보이지도 않고 식사에 큰 문제가 없어 그대로 두고 있지만, 최근 들어 다른 치아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노년층에서는 이처럼 식사 중 치아가 갑자기 부러지는 파절(치아 깨짐) 사례가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아파절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77만1641명이었으며, 40세 이상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괜찮은 걸까. 치아 파절의 원인과 치료, 예방 방법을 알아본다.

◇나이 들수록 치아 탄성 떨어져… '실금'이 원인
중·노년기 치아 파절은 일종의 노화 현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보철과 안수진 교수는 “치아도 몸과 마찬가지로 노화가 진행되면 탄성이 떨어진다”며 “치아 내부의 혈관·신경 공간(치수강)이 좁아지면서 혈류·수분 공급이 감소해 조직이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젊을 때 문제없던 음식도 중년 이후에는 같은 힘을 버티지 못해 쉽게 파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파절은 ‘이미 금이 가 있던 치아’가 씹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다. 드림분당예치과 전승준 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반복적인 저작으로 실금 발생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며 “특히 씹는 힘이 강한 사람은 실금이 더 잘 생긴다”고 말했다.

◇상아질까지 손상되면 수복 치료 필요
깨진 치아를 그대로 둬도 될까? 파절 범위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치아는 3겹 구조로, 바깥쪽의 단단한 법랑질(에나멜), 그 아래의 상아질, 가장 안쪽의 치수(신경)로 구성된다. 안수진 교수는 “법랑질에 아주 작은 깨짐(치핑, chipping) 정도라면 처치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상아질까지 손상되면 반드시 수복 치료가 필요하다”며 “파절 범위가 크면 크라운, 작으면 레진·인레이 등 부분 수복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크게 깨진 치아를 방치할 경우 파절이 점점 더 진행되고, 통증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전승준 원장은 “금이 잇몸 밑까지 내려간 경우라면 크라운으로도 보존이 어렵고, 발치 후 보통 임플란트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치아가 깨졌다면, 이를 방치하기보다는 치과에서 파절 범위를 진단받아 치료 필요성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간혹 식사 중 부러진 치아 조각을 삼켜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전 원장은 “대부분 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며 “아주 드물게 맹장으로 들어가는 상황만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금 조기 발견하고 딱딱한 음식 자제를
치아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파절 발생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전문가들은 정기 검진을 통해 치아가 깨지기 전 실금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실금이 발견돼 크라운을 권할 경우 과잉진료로 오해하는 일이 적지 않아 진단과 설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승준 원장은 "적절한 시기에 크라운을 씌워놓으면 실금이 퍼지지 않도록 가속화를 막을 수 있다"며 "자동차 유리 금이 퍼지기 전에 고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평소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안수진 교수는 “중·장년층은 딱딱하고 질긴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기본 예방법”이라며 “젊을 때와 동일한 식습관을 유지하기보다 치아 상태가 약해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음식 선택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