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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다른 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만 합병증인 지방간 치료제나 마땅한 후발주자가 없는 치매 약 등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비만약 시장 진입 문턱 높아져… “뇌질환 치료제 관심 증가”
19일 하나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비만 치료제에 대한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위고비·마운자로를 중심으로 시장 경쟁이 과열됐고, 최근 기술이전 건수도 정점에 도달하면서 잠재력이 확실한 후보물질이 아닌 이상 대기업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비만치료제를 대형 제약사로 기술 이전(라이선스 아웃)하기 위해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IP(위 억제 펩타이드) 외에 새로운 기전 또는 표적을 보유하거나 ▲3상 임상 등 후기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에 허가된 치료제 대비 월등히 높은 효능을 입증하거나 ▲먹는 약처럼 투여 편의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만 주요 합병증 중 하나인 대사이상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여전히 블루오션 시장인 만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MASH 치료제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작년 3월 마드리갈의 먹는 약 '레즈디프라'와 올해 8월 노보 노디스크의 주사제 '위고비'가 전부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미약품과 올릭스가 MASH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경우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점령한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뇌혈관장벽(BBB) 셔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회사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하나증권 김선아 애널리스트는 "MASH 치료제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나, 라이선스 아웃 기회는 높은 병용 가치와 글로벌·후기 임상 조건을 갖출 경우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뇌질환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높아질 것이다"고 했다.

◇ADC도 주목… 1차 치료제 가능성 확인
독성 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장점을 결합한 '항체-약물접합체(ADC)'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질 전망이다. ADC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사멸하는 약물인 '페이로드'를 링커 기술을 사용해 결합한 의약품이다. 두 약물의 장점만을 결합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사멸하고, 정상 세포의 사멸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낮출 수 있다. 유방암 치료의 표준으로 쓰이는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와 요로상피암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함께 쓰이는 아스텔라스의 '파드셉'이 대표적이다.

이 중 엔허투는 표적항암제 '퍼제타'와의 병용요법으로 내년 1분기 중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양성 유방암 1차 치료제로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에 엔허투는 오는 2028년 추정 매출이 111억달러(한화 약 16조2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삼성에피스홀딩스·인투셀·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들이 ADC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고, 내년에는 리가켐바이오가 후기 임상 연구 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선아 애널리스트는 "ADC가 기존 1차 치료제인 화학요법 대비 우수한 효과를 보임에 따라, 1차 치료제로의 진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연간 학술대회 일정과 각 기업의 R&D(연구개발) 결과 공개 일정을 고려해 기술이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