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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소셜미디어에서 '생리혈 마스크'가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생리혈을 얼굴이나 피부에 직접 바르는 ‘생리혈 마스크’가 최근 해외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periodfacemask’ 해시태그를 단 한 게시글은 수십억 조회수를 기록했다. 생리혈 마스크를 바르는 사람들은 생리혈에 줄기세포, 단백질, 사이토카인 등이 함유돼, 피부 재생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실험실에선 전도 유망한 피부 치유 소재
임상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지만, 연구 단계에서는 생리혈의 효용성이 밝혀지고 있다. 영국 킹스턴대 약학과 디파 캄다르 교수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생리혈 마스크가 피부 재생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은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고, 현재까지 생리혈을 직접 피부에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없다"면서도 “생리혈의 생물학적 구성은 의학적으로 활용될 잠재력이 있다고 여겨져, 연구에서는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18년 호주 연구에서는 생리혈에서 추출한 혈장이 상처 치유를 돕는 효과를 보였다. 생리혈을 이용한 상처 치료는 24시간 이내에 100% 치유가 이뤄졌지만, 일반 혈장을 사용한 상처는 40%만 회복됐다. 생리혈에 포함된 독특한 단백질과 생리활성 분자 덕분으로, 자궁이 매달 스스로를 재건하는 과정과 연관이 있다. 연구자들은 현재 합성 생리혈을 만성 상처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줄기세포 연구에서도 생리혈 유래 줄기세포(MenSC)가 주목받고 있다. MenSC는 중간엽 줄기세포의 하나로, 쉽게 증식하고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이란 연구팀 연구 결과, 중간엽 줄기세포(MSC)는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주름을 완화하고 ▲화상·자외선 노출·상처로 인한 손상을 회복시키는 성장인자를 분비해 피부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졌다. MenSC 역시 피부 재생이나 조기 노화(광노화) 예방을 위한 유망 소재로 평가된다.


◇생리혈 마스크, 정말 발랐다간… ‘성병’ 감염될 수도
그렇다고 실제 생리혈을 피부에 바르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생리혈에는 자궁 내막 조직, 질 분비물, 호르몬, 단백질 등이 섞여 있어, 피부에 바를 경우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노출될 수 있다.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균이 상처나 모공에 들어가면 감염을 유발할 수 있고, 성병 전파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캄다르 교수는 "실험실 결과를 그대로 피부에 바르는 것과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생리혈 마스크 지지자들은 이를 킴 카다시안 등 유명 인사들이 대중화한 '뱀파이어 페이셜'과 비교하기도 한다. 뱀파이어 페이셜은 자신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소판 풍부 혈장(PRP)'을 얼굴에 주입해 피부 노화를 지연시키는 시술이다. 하지만 PRP는 멸균 상태에서 채혈한 혈액을 원심 분리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생리혈 마스크와는 완전히 다르다.

생리혈 마스크를 단순한 뷰티 트렌드가 아니라 자신의 몸과 연결되는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여성성이나 조상과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캄다르 교수는 "생리혈이 가진 생물학적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활용은 통제된 의학적 연구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상징적 의미와 과학적 근거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