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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여성은 유방암 검진 접근에 어려움이 있어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유방암 감지 브래지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적장애 여성은 유방암 검진 접근에 어려움이 있어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유방암 감지 브래지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충북대 의대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2006∼2015)를 분석한 결과, 비장애인의 유방암 검진율은 29.3%에서 60.1%로 증가했지만, 장애인은 30.2%에서 53.7%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립재활원의 ‘2018~2022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에서도 2022년 장애인 유방암 검진 수검률은 46.2%로 비장애인(57.7%)보다 11.5%p 낮았다. 연구팀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수준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방암 검사는 유방촬영술, 초음파, MRI(자기공명영상)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기본 검사인 유방촬영술(맘모그래피)은 유방을 강하게 압박해 촬영하는 특성 때문에 통증과 불편이 크다. 지적장애 여성은 절차 이해가 어렵고, 기계 소음·압박으로 인한 공포로 협조가 어려워 검사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검진 시스템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점도 검진율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 노팅엄트렌트대(NTU)와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전자섬유(e-textile)를 활용한 ‘스마트 브래지어’를 개발 중이다. 브래지어 내부에 16개의 전극을 넣고 전기 임피던스 기술을 사용해 유방 조직 변화를 실시간 관찰한다. 정상 조직보다 밀도가 높고 수분 함량이 낮은 종양의 특성을 파악해, 직경 5mm 수준의 작은 종양까지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연구는 글래스고대 산하 스코틀랜드 학습장애 관측소(SLDO)와 NTU 의료기술혁신센터(MTIF)가 주도하며, 약 10만 파운드(약 1억7000만원)의 투자가 확보됐다. 연구진은 지적장애 여성, 보호자, 의료진 의견을 반영해 장치 형태·착용감·알림 방식을 공동 설계할 예정이다.

스마트 브래지어는 수집한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해 착용자·보호자·의료진이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연결이 없어도 장치가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즉시 착용자에게 알림이 전해진다. 양웨이 NTU 교수는 “검사가 몇 달 간격으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두 검사 사이에 종양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할 수 있어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SLDO 데보라 케언즈 교수도 “지적장애 여성은 검진 접근성이 낮아 사망률이 높은데, 덜 침습적인 착용형 장치가 격차 해소에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암 연구소(Cancer Research UK) 측은 “조기 단계에서 더 많은 유방암을 발견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스마트 브래지어는 기존 검사(유방촬영술·초음파·MRI)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해 조기 진단의 빈틈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