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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십 년간 자폐스펙트럼장애(ASD)가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져 왔다. 최근 해당 연구를 재검토한 결과,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이 ASD에 실제로 기여한다는 연구가 급증했고, 논문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주목하면서 이 가설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 실제 가설을 뒷받침하는 첫 논문은 지난 2011년 나왔는데, 지난해 관련 연구 수는 102건으로 증가했다. 10여 년 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신경과학 연구소 케빈 J. 미첼 교수팀은 이 가설이 신뢰할 만한지 확인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온 근거를 전반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인간 관찰 연구 ▲생쥐 대상 전임상 실험 ▲임상 시험을 모두 분석했다.

대규모 검토 결과, 장내 미생물이 ASD와 관련이 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이 잘못되거나 작은 표본이 활용됐고, 부적절한 통계 방법으로 분석된 연구도 있었다.

ASD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장내 미생물군을 비교한 연구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에서 활용된 표본은 그룹당 7~43명이 뿐이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하려면 수천 명의 표본이 요구된다.


상반된 연구 결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한 연구에서는 ASD에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낮다고 보고했지만, 또 다른 연구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보고됐다. 이런 차이는 식단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하거나, 형제끼리 비교했을 땐 사라졌다.

생쥐 모델에 대해서는 ASD가 있는 사람과 생쥐 간 큰 차이가 있어,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미첼 교수는 "쥐 모델에서 ASD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게 실제 ASD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으며, 실험 자체에도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법론적, 통계적 결함이 있었다"고 했다.

몇몇 임상 시험에서는 ASD 환자에게 대변을 이식하거나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한 후 특성 변화를 모니터링하기도 했으나, 연구팀은 대다수 연구가 결과를 훼손하는 부적절한 통계 방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대조군이나 무작위 배정을 사용하지 않은 연구도 많았다.

연구에 참여한 아일랜드 코크대 공중보건대학 대런 L. 달리 박사는 "우리가 살펴본 연구 중 타당한 근거를 댄 것은 없었다"며 "관찰, 전임상, 임상 세 영역에서 나온 결과도 전부 일관되지 않았다"고 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 심리학과 도로시 VM 비숍 명예 교수는 "ASD와 관련해 유전·신경발달적 매커니즘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길 바란다"면서도 "이 가설과 관련한 연구를 할 때는 훨씬 더 엄격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셀 프레스가 발행하는 신경과학 분야 대표 국제 학술지인 'Neuron'에 최근 게재됐다.